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접착제 자동차의 시대

성대규

보험개발원 원장



성대규 보험개발원장

최근 자동차와 관련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국내 자동차 회사가 고성능 세단을 제작할 때 본드나 풀과 같은 접착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차 제작에 왜 접착제를 쓸까. 자동차용 접착제는 훨씬 더 큰 무게나 힘·충격을 지탱할 수 있도록 특별하게 제작된 제품이다. 그래서 자동차가 높은 열과 습도, 화학적인 자극에 더 잘 견딜 수 있도록 한다. 전기자동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무게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차량의 무게를 줄일 필요가 있는데 접착제가 나사에 비해 가볍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나사와 용접으로 조립하다가 풀로 붙이는 시대가 됐다. 자동차 산업의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는 매우 크다. 완성차 시장, 부품·소재 및 시험연구의 ‘전방산업’과 자동차 금융, 유통·정비, 정유 및 보험의 ‘후방산업’을 고려해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자고 나면 새로운 자동차 관련 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다. 단순한 느낌에 그치고 않고 전후방 산업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첨단 안전장치의 장착이 본격화되면 사고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도 기술발달 등으로 자동차 정비 건수가 약간 감소하는 추세다. 정비 방법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과거에는 자동차 정비를 할 때 절삭·용접 등의 고도의 물리적인 힘이 필요했다. 정비사의 능력과 감이 매우 중요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보기술(IT) 장비를 통해 진단하고 엄청난 강성을 지닌 차체를 절단하거나 용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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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달라지면 자동차 제작 및 정비기술 교육체계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용접 및 직관적인 하드웨어 정비능력으로는 첨단 자동차를 정비하기 어렵다. IT를 이용한 진단과 정비능력이 필수적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로 정비교육을 받아서는 인공지능(AI) 및 배터리·접착제로 만든 자동차를 정비하기 어렵다. ‘잘 닦고 기름 치고 조이는’ 정비사보다는 컴퓨터를 잘하는 정비사를 양성해야 한다.

첨단 자동차가 보험권에 줄 부정적인 영향은 불문가지이다. 자동차 사고가 줄면 보험사에 좋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 역설적이다. 자동차 충돌실험을 통해 손상 정도를 분석하는 보험개발원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해외 선진국과 세미나도 개최하고 정보교류를 통해 새로운 자동차 기술을 습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AI라는 것이 처음 겪는 일이고 기존 대형 자동차회사보다는 IT업체인 구글·테슬라가 선두업체이다 보니 정보교류에 한계가 있고 때로는 막연하다.

날로 발전하는 자동차 기술에 대처하는 일은 움직이는 목표물을 명중하는 것만큼 어렵다.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자동차와 관련 산업을 외면할 수는 없다. 마침 시의적절하게 국토교통부에서 새 시대를 준비하는 자율주행자동차 도입 관련 연구용역을 시작했다고 한다. 관계기관이 머리를 맞대어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은 물론 관련 산업별로 적절한 대응책이 강구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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