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S스토리人]이멜트 GE CEO, 디지털 향한 진전의 게임…마침표 찍다

16년 GE 혁신 이끌고 8월 퇴진

가전·금융 등 과감히 떼내고

디지털·신재생 에너지 집중

미래 산업군 체질개선 성공

단단한 하이테크 GE 만들어

제프리 이멀트(61)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제프리 이멀트(61)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비즈니스는 완벽의 게임이 아니라 진전의 게임이다.”

125년 역사를 지닌 미국의 공룡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을 지난 16년간 이끌어온 제프리 이멀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8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자신의 후임인 존 플래너리 GE 헬스케어 부문 대표에게 건넨 말이다.

GE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잭 웰치 전 회장에게서 2001년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멀트 회장은 웰치 시절 ‘문어발식 확장’을 일삼았던 GE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기업 DNA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100여년 전통의 가전사업부는 물론 한때 GE 이익의 절반을 점유했던 금융 부문 등을 팔아치우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디지털정보처리·신재생에너지·생명과학 등에 집중함으로써 과거의 ‘굴뚝기업’ GE는 이멀트 체제하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하이테크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GE는 매출의 90% 이상을 항공엔진·에너지·헬스케어·발전·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미래 산업군에서 거둬 체질 개선에 성공했음을 입증했다.


구조조정의 지휘관답게 그의 재임기는 ‘위기’로 점철됐다. 글로벌 제조업 팽창기였던 1980년대 이후 20년간 GE를 이끌며 1,700건 이상의 인수합병을 단행했던 전임 웰치 CEO가 당대의 가장 존경받는 CEO로 ‘꽃길’을 걸었던 것과는 상반된다. 하지만 글로벌 팽창기 때 사업 다각화에 치중한 웰치의 전략만큼이나 구조조정 및 미래화에 헌신한 이멀트의 위기대응 역시 당대 환경을 고려할 때 적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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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같은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멀트 회장은 재임 동안 끝내 주가를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웰치 회장이 이끈 ‘전성기’ 당시 주가가 과도하게 부풀려지는 등 전임의 그늘이 짙었다는 지적이다. 이멀트 회장이 GE를 이끌었던 16년간 회사 주가는 오히려 30%나 하락했으며 이는 일부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시장은 이제 이멀트가 이룬 디지털 기업으로의 전환을 토대로 ‘뉴 노멀’ 시대를 이끌게 된 플래너리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GE 금융 부문에서 리스크 전략 및 인수합병 등을 주로 담당한 그는 해외 경험이 풍부하고 통찰력이 뛰어나 선택과 집중의 가속화 속에 미래 전략을 찾아낼 적임자로 여겨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GE를 오는 2020년까지 10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육성하기를 원했던 이멀트의 혁신을 플래너리가 완수하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앞서 GE 이사회는 플래너리를 포함한 후보 4명에 대한 면접과 이들이 담당하는 사업 분야에 대한 경영 점검 끝에 만장일치로 플래너리를 이멀트의 후계자로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의 잭 브레넌은 “그는 경력의 절반을 미국 밖에서 쌓았고 전 세계에서 복잡한 사업을 이끌어왔다”며 “역동적인 글로벌 시장에서 그만큼 GE를 잘 이끌어갈 적임자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멀트는 플래너리에 대해 “그가 지금 알고 있는 것 때문이 아니라 얼마나 빨리 익힐 수 있는가에 대한 평가로 인해 그 자리에 앉게 됐다”며 “그는 복합적 경영 기술과 전략적 스킬, 친화력, 글로벌 조망력 등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고 말했다. CEO 교체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날 GE 주가는 3.6% 급등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임에 가려 주가 저평가에 시달리면서도 이멀트가 더 단단한 GE로의 ‘진전’을 이뤘다는 데 이의가 없다”며 “5년여에 가까운 CEO 발굴 프로그램을 거쳐 시대에 걸맞은 CEO를 찾아내는 기업문화는 GE가 미국 최고의 영속기업으로 존재하는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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