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정착한 이슬람교인들이 게토(Ghetto)화되고 있습니다. 15만명으로 추정되는 국내 거주 무슬림들이 우리 사회에 융화될 수 있도록 해야 국내 테러 위험을 줄이고 이슬람권과 상호 경제교류 기회를 넓힐 수 있습니다.”
김아영(사진)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한국이슬람연구소장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한국이슬람연구소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의 열린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독교를 가르치는 신학교 내에 이슬람연구소라는 것이 낯설지만 1992년 창립돼 벌써 26년이 됐다. 1992년 당시 파키스탄 선교사 출신인 전재옥 이화여대 교수와 김 소장 등이 모여 이슬람권 선교를 위해서라도 이슬람을 객관적으로 제대로 공부하고 한국사회에 알리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김 소장은 “기독교계가 무슬림 선교를 위해 이슬람 국가에 선교사를 내보내면서 국내에 들어온 무슬림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배척하면 모순된 것”이라며 “나그네와 이방인을 배척하는 것은 성경적인 것도, 선교적인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정치인들은 이슬람권의 경제적 효과만 강조하고 기독교 등 종교인들은 이슬람의 확장에 대한 위험성을 과장하면서 우리 사회에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심화됐다”며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은 이슬람에 대한 이해와 공존 방안을 빨리 모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국내에 장기 체류하거나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슬람교인은 내외국인을 합해 15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은 전국의 이슬람 성원이나 기도처를 중심으로 독립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지만 이들의 종교적·정치적 성향, 문화적 배경은커녕 몇 명이나 되는지에 대한 정부와 공공기관의 파악력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이러다 보니 지난 2015년 인도네시아 국적의 한 불법체류자가 북한산 등지에서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알누스라 깃발을 흔드는 사진을 찍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리는 사건도 벌어졌다. 경찰이 뒤늦게 이를 파악해 검거했지만 그는 2007년 위조여권으로 입국해 한국 사회에서 상당 기간 거주했던 것으로 파악돼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준 바 있다.
김 소장은 “한국에 들어온 이슬람교도는 한국 사회와 어우러지는 게 아니라 자기네들끼리 똘똘 뭉쳐 있다”며 “마치 독일의 히틀러 정권이 유태인들을 ‘게토’라는 지역에 격리한 것처럼 우리 사회도 무슬림들이 갇힌 공동체로 남도록 하고 있어 분쟁과 갈등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이슬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한국 사회 내 이슬람공동체가 우리와 공존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박근혜 정권 당시 이슬람의 경제적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대통령이 중동 방문 때 히잡을 쓰는가 하면 설익은 할랄식품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하는 등 준비되지 않은 정책을 많이 냈다”며 “중동 순방 성과를 높이려 알맹이도 없는 성과 홍보를 남발해 오히려 국내 기독교계의 반감을 가져오고 기업들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할랄푸드 산업을 강조하면서 국내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할랄 인증을 위해 이슬람교인 수천명이 국내에 유입될 것이라는 루머가 퍼졌던 것이다. 그는 “정부가 이슬람 시장이 마치 꽃길인 양 포장을 했지만 이슬람의 종교와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덤벼들었다가는 가시밭길 혹은 흙탕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할랄단지도 국내에 설립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말레이시아처럼 할랄식품을 통한 이익창출 방안을 면밀히 검토한 뒤 추진하는 게 순리에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에서도 산발적으로 테러 행위가 발생하고 있기는 하지만 영국은 대규모 이슬람 커뮤니티가 존속하면서 자국민들과 가장 마찰 없이 지내는 유럽 국가임에는 틀림없다”며 “우리나라도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이슬람에 대한 폐쇄정책을 택하기는 어려운 만큼 영국처럼 ‘열린 커뮤니티’ 정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이슬람에 대한 전문가 육성도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서구는 물론 일본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이슬람 연구는 현저히 뒤처진다”며 “이슬람교에 대한 오해를 줄이고 경제적 교류를 확대하려면 이슬람을 진정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육성하고 이를 통해 우리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탐사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