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프랜차이즈 전당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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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개봉한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열연한 차태식은 전당포 주인이다. 그는 어두운 실내, 쇠창살 쳐진 전당포에서 사람들과 교류를 끊고 살아간다. 칙칙한 전당포를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옆집 소녀 소미뿐이다. 차태식이 실종된 소미를 찾기 위해 전당포 밖으로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영화에서처럼 어두침침한 조명, 반원형 구멍이 뚫린 유리와 쇠창살은 전당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느낌의 전당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없는 것은 아니지만 드물다. 전국에서 영업 중인 1,100개 정도의 전당포 가운데 채 20%가 안 된다고 한다. 대다수 전당포는 음습한 분위기를 던져버리고 깔끔하게 변신하고 있다. 산뜻한 인테리어, 편안한 분위기, 친절한 상담 등으로 마치 은행이나 백화점 같은 인상을 주는 곳이 많다.


취급하는 물건도 금은보석·시계 등으로 한정돼 있던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시중에서 유통 가능한 거의 모든 상품을 취급한다고 보면 된다. 이용하는 사람도 다양해졌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주고객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명품 가방, 스마트폰을 맡기고 돈을 빌리는 대학생이나 20대 젊은 여성들이 자주 보인다고 한다. 취업난 등으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진 탓이 크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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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방식 또한 진화했다.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 대출은 가능한지,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를 온라인상에서 바로 상담할 수 있다. 무엇보다 21세기형 전당포의 특징은 기업형이라는 점이다. 4~5년 전부터 본사가 가맹점을 모집하는 프랜차이즈 전당포가 성업하고 있다. 기본 가입금에다 별도의 보증금을 본사에 내면 개인에게 가맹점을 내주는 식이다. 마이쩐·쩐당·디오아시스 등이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전당포로 꼽힌다.

국내 최대 규모로 잘나가는 듯하던 마이쩐이 지난달 갑작스레 폐업해 가맹점들이 수백억원의 피해를 보게 생겼다는 소식이다. 잘 수습되기를 바라지만 본사 의존도가 높아 국내외의 수십개 가맹점이 문을 닫을 처지라고 한다. 최근 프랜차이즈 본사 잘못으로 애꿎은 가맹점만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자주 일어나 안타깝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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