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中企시대 산업구조조정 새판짜자]20년 만의 해고...아물지 않은 구조조정 상처

본지·IBK경제硏 공동기획

대기업 구조조정에 납품 줄고

은행선 여신회수...中企 이중고

조선기자재 매출 최고 70%↓

中企 중심 산업 클러스터로

자생력 키울 방안 마련해야



부산에서 20년간 조선기자재 업체를 운영해온 이동건(가명) 사장은 지난달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직원 4명을 해고했다. 신규 수주가 실종되면서 매출은 전년 대비 반토막으로 주저앉았다.

겨우 인건비를 감당하고 있지만 은행은 대출금 상환비율을 올려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 사장은 “벤더 업체들이 직원을 잘라냈다는 이야기가 매일 들려온다”며 “은행의 여신정책이 한계기업과 정상기업을 구분해 집행돼야 하지만 전방산업이 망가진 상황에서 모든 중소기업을 통으로 보고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 2년여 동안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운업종의 부실을 떨어내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격탄을 맞은 협력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기업 납품물량 급감에다 금융권의 여신회수까지 이중고를 겪는 중소업체들은 요즘 하루하루 버틸 힘을 잃어가고 있다.


14일 조선업계와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조선기자재 중소기업들과 이 지역 소상공인 매출 감소폭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제지역 조선기자재 A사 대표는 “2015년 말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며 “조선사의 선박수주 시점부터 14개월의 납품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올 하반기에 남은 납품물량이 소진될 예정”이라고 걱정했다. 거제지역 소매업자인 B씨는 “지역 거주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매업들은 매출이 3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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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제한적 지원만 해주고 있다며 답답해한다. 울산지역 조선기자재 업체 C사는 “지원을 신청하는 기업은 (정부 지원보다) 그 이상 많아 정책의 수혜를 받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거제지역 소매업 D사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도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경제’를 표방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하는 새 정부에서는 중견·중소기업들이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산업 구조조정의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만 바라보는 ‘천수답 경제’ 대신 중견·중소기업 중심의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팀장은 “지역경기 위축이나 고용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중소기업을 포함하는 중장기적 산업 구조조정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욱기자 백주연기자spooky@sedaily.com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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