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 단백질, 게코도마뱀의 발, 엉겅퀴 씨앗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화학적·물리적 현상을 이용하는 생체 모방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문어 빨판을 모사해 물기가 있어도 끈적이는 오염물을 남기지 않고 1만 번 이상 붙이고 뗄 수 있는 패치 소재를 개발했다. 기존의 화합물로 만든 점착 소재들은 젖은 표면에서 점착력이 사라지거나 끈적이는 오염물을 남기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방창현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은 문어의 빨판 내부에 존재하는 입체 돌기 구조에 주목하여 문어의 점착 메커니즘을 최초로 규명하고 이를 공학적으로 디자인하며 건조하거나 습한 표면, 물 속, 굴곡진 피부 등 다양한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탈부착이 가능하며 오염물도 남기지 않는 점착 패치를 개발했다고 14일 발표했다.
간단한 용액의 부분 젖음 방법을 이용하여 고분자 거푸집을 제작했으며, 문어 빨판 모양이 고밀도로 배열된 고점착 패치(3㎝×3㎝)를 개발하였다. 이 패치는 열에 의해 경화되는 고분자 주조를 통해 쉽고 저렴하게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문어 패치는 표면에 오염물을 남기지 않으면서 다양한 표면에서 1만 회 이상의 반복적인 탈부착에도 점착력이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물방울이 맺힌 습한 유리표면에 대해 제곱 센티미터(㎠)당 3 뉴턴(N), 물 속의 유리표면에 대해 4 N/㎠, 그리고 실리콘 오일 속의 유리 표면에서 15 N/㎠의 수직 점착력을 나타냈다. 수직 점착력이 높을수록 패치와 표면과의 부착이 강하게 이뤄진다. .
문어 빨판 패치를 이용하여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하는 8인치 웨이퍼를 물 속에서 고정한 뒤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또한 피부 상처에 안정적으로 점착하여 창상 치료용 패치로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방창현 교수는 “습한 환경 및 피부 표면에서 끈적이는 화학 물질 없이 반복적으로 탈부착이 가능한 고 점착 패치 소재를 개발했다”면서 “웨이퍼 이송과 전자부품 점착, 웨어러블 디바이스 부착, 장기 조직 봉합 및 치료용 패치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지원사업, 교육부의 글로벌박사양성사업, 보건복지부의 중계연구지원사업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최상위 국제 과학전문 학술지인 네이처 6월 15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