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새로운 의혹들이 연일 터져 나오면서 야권의 ‘검증 리스트’도 갈수록 길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청와대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역시 임명을 강행할 태세여서 여야의 갈등지수는 최고조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논문에 대한 출처를 밝히지 않고 중복 게재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김 후보자는 지난 1991년 서울대 노사관계연구소 학술지에 ‘페레스트로이카하의 소련기업의 자주관리 모형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김 후보자는 같은 시기 한국인문사회과학원 학술지인 ‘현상과 인식’에도 ‘사회주의 기업조직의 성격과 관리 모형’ 논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두 논문의 내용은 김 후보자의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사회주의 기업의 자주관리적 노사관계 모형에 관한 연구:페레스트로이카하의 소련기업을 중심으로’)에 그대로 포함돼 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논문 발표 이후 민간단체인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표절 의혹을 제기했고 서울대 측은 ‘연구 부적절 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와 함께 김 후보자의 경우 경기도교육감 재직 당시 비서실장이 뇌물죄로 처벌을 받은 바 있는데 비서실장이 받은 뇌물 중 일부가 김 후보자의 업무추진비 등 공적인 용도에 쓰였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김 후보자가 교육감으로 있던 2012년 7월~2014년 3월 정모씨는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면서 경기도교육청 관련 업체 2곳에서 4,900만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정씨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교육감이 넉넉하게 쓸 수 있는 업무추진비를 확보하려고 불가피하게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정씨는 1·2심 법원에서 징역 2년에 벌금 4,000만원을 선고받았고 김 후보자는 뇌물 수령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았다.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는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발기인으로 참여해 주식도 보유해온 기업이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2012년 ‘㈜한국여론방송’ 발기인 겸 사외이사로 취임했다. 한국여론방송은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방송채널사용사업등록 후 2014년 방송을 개시했다가 올해 초 폐업신고를 했다. 2014년 ‘방송채널사용사업 최다액출자자 변경신고서’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이 회사 주식 23.3%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의원은 “한국여론방송 임직원 4~5명이 노동지청에 3,000만원 이상의 임금이 체불됐다며 진정서를 접수했다”며 “단순한 사외이사가 아니라 실제 경영에도 관여한 대주주였던 조 후보자가 임금 체불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가 자신이 근무하는 고려대에 겸직신고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사립학교법은 대학교수의 영리활동을 금지하고 있고 고려대 교원윤리규정에도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경우 사전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저서에 여성 비하적 내용이 담긴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과거 교제하던 여성 몰래 도장을 위조해 혼인신고를 했다가 법원에서 혼인 무효 판결을 받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상대방 도장을 위조해 혼인 신고를 하는 건 사문서위조로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 20대 때 일로 공소시효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안 후보자의 행위가 최고 징역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범죄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자질 논란이 예상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위장전입과 방산업체 고액 자문료 수령 등의 의혹을 받고 있으며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연구실적 부풀리기, 인턴 연구원 열정페이 강요 등이 문제로 지목된다.
/나윤석·안현덕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