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는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류승완 감독,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이 참석했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군함도’의 이야기는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하시마섬의 비밀’ 편을 통해 군함도에 강제 징용됐던 이들의 사연이 재조명되며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날 류승완 감독은 “사실에 근거해서 창작된 이야기다. 고증에 힘을 많이 썼다”며 “실제로 군함도를 취재하러 현장에 다녀오고 나니 어떻게든 그 실체를 재현해야겠다고 생각이 들더라. 연기자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으면 다 가짜가 될 것 같더라. 잘 하지 않으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못 할 짓을 할 수 있겠더라. 한국 영화에서 만들 수 있는 최대치로 도전해서 관객들에게 자부할 만한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고 영화의 압도적인 규모에 대해 말했다.
그는 촬영에 각별히 고생한 배우들에게 “모든 배우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없었으면 못 할 뻔했다. 큰 디렉션 없이도 너무 잘 연기해줬다. 자부할 수 있는 건, 배경 뒤에 있는 인물들까지 모두 연기를 잘 하고 있다. 작은 역할 분들도 몰입한 현장에 내가 있어서 감사하다. 촬영하다보면 육체적으로도 힘들었는데, 당시 그 분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감히 ‘힘들다’는 말을 못 하겠더라. 배우들에게 존경을 표한다”고 전했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가 제작 공법이 딱히 있어서 몇%를 사실에 기반했는지는 정확히 말하지 못하겠지만, 많은 조선인들이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강제징집 됐고,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생존자들이 밝힌 바이기도 하다. 나가사키에서 18km 떨어진 하시마섬이 있는 것 등 기저에 깔린 것들은 사실이다. 실제로 집단 탈출을 한 시도는 있었으나 성공한 적은 없다더라. 실제로는 중국인 징용자들도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 영화에는 안 담겼다”고 영화의 사실성에 대해 밝히며 서스펜스에 더욱 치중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좋아하는 일본 영화들, 음식들, 친구들이 많이 있다. 나는 한일관계가 잘 풀리기 바라는 한 사람이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해결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좋은 관계가 형성된다고 본다. 갑을 관계도 아니고 말이다. 영화를 통해 그것이 충분히 불식될 거라 본다. 소위 ‘감성팔이’, ‘국뽕’에 의존한 영화가 아니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송중기가 ‘측은지심’이라 표현했듯, 사람이 사람에게 가질 수 있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영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특별히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로는 “황정민이 뮤지컬 배우이기도 하고 악기를 잘 다룬다. 경성의 화려한 무대에서 생활한 사람이 지옥 같은 상황에 갔을 때와 잘 맞겠더라. 황정민이 악단장으로 나오면 재미있겠다 생각했다. 김수안은 딸이면서 동시에 감성적인 파트너 역할을 할 아역을 찾던 중 춤을 너무 잘 추고 연기도 잘 하더라.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소지섭의 팬이었다. 저 배우의 육중한 느낌을 함께 하고 싶었다. 경성에서 잘 나가던 건달이 무릎을 굽혀야 할 상황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를 생각했을 때 남성성도 있고 믿음직한 배우로 소지섭이 맞겠더라. 실제로도 걸음과 말투가 느리다. 내 연출 요구가 힘들었을 텐데 잘 따라와줬다. 배우들이 모두 ‘스타’들인데, 한 번도 힘든 내색 안 하고 잘 해줬다. 이정현은 현장이 무겁고 힘든데도 항상 웃으면서 분위기를 업 시켜줬다. 현장의 꽃이었다. 송중기는 군 제대 직후였어서 우리 영화를 해줄까 싶었는데 흔쾌히 선택해줬다. 깜짝 놀랐다. 깍쟁이 같고 차가워보였는데 보기와 다르더라. 사람이 우직하다 못해 꾸밈없고 촌스럽더라. 주변도 잘 챙기더라. 이미지 관리가 아닌 천성인 것 같더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극중 딸과 함께 군함도에 오게 된 악단장 이강옥 역의 황정민은 “위압적인 느낌이었다”고 군함도를 처음 본 소감을 전하며 “하지만 계속 있다보니 내 집 같은 느낌이 들더라. 보통 둘러보는 데 30분이 걸리는데, 스태프들과 관계자들에게 내가 설명을 해줬다. 춘천 시민 분들이 소란에도 잘 이해해 주시더라. 너무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황정민은 “115회차 촬영을 하면서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잘 갈 수 있었던 수장(류승완 감독)이 정확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잘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류승완 감독의 디렉팅에 혀를 내둘렀다.
경성 최고의 주먹 최칠성으로 분한 소지섭은 “위험한 촬영이 많아서 많은 체크를 한 후 촬영에 임했다”고 ‘군함도’를 촬영하면서 각별히 신경 쓸 수밖에 없던 배경을 언급했다. 극중 가장 돋보이는 목욕탕 액션 신을 언급하자 그는 “목욕탕에서 훈도시만 입고 액션 했다”고 밝혔다. 소지섭은 “류승완 감독과 함께 작업해 너무 좋았다. 영화에 미쳐계신 분 같았다”고 현장 속 류승완 감독을 떠올리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송중기는 조선인들의 탈출을 이끌 광복군 박무영을 연기했다. 송중기는 ”캐릭터에 대한 무게감은 당연히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연기했다.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 조국민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다 같이 구해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영화가 실화에 기반한 작품이라서 소재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다“고 역사적 현장을 재현하면서 느낀 고충을 말했다.
송중기는 ”군함도라는 장소와 역사적인 사실을 잘 몰랐던 게 사실이다. ‘무한도전’을 통해 안 게 전부였다. 나도 젊은 나이인데, 나보다 어린 친구들은 얼마나 더 몰랐을까 싶더라. 실제 소재가 사실이었던 만큼 그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몰랐던 것이 부끄러웠다“며 ”작품이 주는 긴장감, 압박감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었다“고 역할 몰입 과정을 설명했다.
강인한 조선 여인 말년으로 분한 이정현은 역할을 위해 36.5kg까지 체중 감량을 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모두들 살을 엄청 많이 뺐다. 20kg을 뺀 출연자도 있었다. 원래 43kg이었는데 마른 몸에서 빼려다 보니 더 힘들었다. 현장에서 열심히 하는 감독님과 배우들을 보면 안 뺄 수가 없겠더라. 몸무게 감량은 어려운 부분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송중기는 쉐이크 닭가슴살을 주로 먹더라. 황정민, 소지섭도 지식이 많아서 식단 관리를 잘 했다“고 전하자 송중기는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면 류승완이 은근히 눈치를 주더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여기에 류승완 감독은 ”어우 야~“라면서 ”배우들이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이강옥의 딸 소희 역의 김수안은 ”2년 전 쯤에 MBC ‘무한도전’에서 군함도 이야기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 시나리오를 받고서 이야기가 더 궁금해져서 역사책까지 보면서 공부했다. 아픔이 있는 곳이라고 느꼈다“고 역사적 사실에 관심을 가졌음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저 같은 어린 친구들이 역사 속에도 있지 않겠느냐. 그 친구들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깊은 뜻을 전했다.
한편 ‘군함도’는 7월 개봉 예정이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