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우격다짐’ 논란에 통신요금 기본료 폐지 안건이 다소간 잠잠해지면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또한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하에서는 기본료 폐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단통법 개정을 통한 우회 방안 찾기에 고심 중이다.
15일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단통법 개정안이 17건 발의돼 있는데 관련 법안 통과에 발맞춰 통신비 인하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좋은 법안이 많이 계류돼 있다는 점에서 정부 입법 형태로 따로 법안을 제출할 생각까지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난 14일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가계통신비 절감방안을 위해 방통위가 할 수 있는 단통법 전면적 개정을 살펴봐야 한다”며 “단통법 개정에 대한 방향성과 국민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은 불가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방통위의 통신비 인하 노력은 5인 체제의 상임위원회가 갖춰지면 보다 힘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 국정기획위 내에서는 요금 인하를 위해 단통법 개정이 병행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오는 19일 미래부의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는 △무료 와이파이 확대 △요금 약정할인율 25%로 상향 △저소득층 요금 지원 확대 △알뜰폰 가격 경쟁력 강화 등이 담길 전망이지만 이들 방안은 체감도 높은 통신비 인하로 이어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방통위 관계자들의 눈은 국회에 쏠려 있다. 국회에 계류된 단통법 개정안에는 △단말기 지원금 분리 공시 △지원금 상한제 조기 일몰 △조사 거부 시 과태료 상한액 증액 △20% 약정 할인 고지 강화 등이 담겨 있다.
관련 법안 통과로 제조사와 이통사가 단말기에 각각 지원하는 지원금을 분리 공시할 경우 제조사 분담분 만큼의 단말기 가격이 내려갈 수 있을 전망이다. 또 현행 33만 원인 지원금 상한액을 조기 폐지할 경우 출시된 지 15개월이 안된 일부 휴대전화는 특정 요금제 선택 시 ‘공짜폰’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과태료 상한액을 늘리는 것은 불법 보조금을 줄여 일부 소비자에게 보조금이 편중되는 현상을 줄일 수 있으며, 요금 20% 약정할인 고지 강화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1,078만명의 요금 부담을 낮춰 줄 전망이다.
다만 이통사를 낀 판매점 및 대리점이 단말기를 유통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통신비 거품을 빼기는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동통신 판매점 및 영업점은 단통법 시행 이후 갈수록 줄고 있는 추세이긴 하나 2만5,000 곳 이상이 영업 중이며, 높은 통신요금에는 이들 몫의 수익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 출신의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통 3사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매년 10조 원 이상을 일선 영업점에 리베이트 형태로 제공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단말기 자급제가 실시 되고 온라인 상에서 번호 개통이 가능해지면 상당수의 이통사 대리점이 사라지게 돼 통신요금 및 단말기 가격의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