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약을 실천하려면 2017년 현재 6,47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매년 15.7%씩 올려야 한다. 지난 11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 마련에 착수했지만 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소상공인들이 도산할 수 있다며 중소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15일 열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계와 사용자 측도 앞으로 심의에서 인상폭을 놓고 격론을 벌일 전망이다. 1만원 인상 찬성 측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감소의 원인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으며 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이 늘면 수요가 확대돼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생산성 향상 없는 급격한 임금 상승으로 소상공인의 폐업이 잇따를 수밖에 없으며 결국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른 2020년을 가정해보자.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급여는 주 40시간, 월 4주 근무하면 160만원이 된다.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주휴수당이나 상여는 제외한 금액이다.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소상공인은 어떨까. 지난 2013년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0인 미만 영세기업인 소상공인의 평균적 모습은 상시근로자 1명을 데리고 월평균 187만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것으로 나타난다. 2013년 최저임금액은 시간급 4,860원이었는데 종업원에게 최저임금을 지불했다면 월 160시간 기준 77만원을 지불한 것이 된다. 2013년 시점에서 소상공인은 종업원 1명에게 77만원을 지불하고 사업주는 187만원을 벌었다는 이야기다.
소상공인의 상황이 별로 개선되지 않은 채로 최저임금만 1만원으로 오르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단순계산해서 사업주의 영업이익에서 최저임금 증가분(83만원)을 뺀 104만원이 사업주의 영업이익이 된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주 40시간 근무하고 160만원을 받는데 연중무휴로 일하고 상시적 폐업위기에 놓여 있는 소상공인은 104만원을 번다는 이야기다.
근로자의 최저생활은 보장해야 하고 그래서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근로자를 일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한다면 전 재산을 털어 죽도록 일하는 소상공인도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최소한 최저임금 수준의 최저이익은 보장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소상공인 사업체수가 현재 300만개가 넘는다.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근로조건 향상을 통한 양극화 완화와 함께 소득주도 성장의 논리적 근거로도 제시되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다른 근로자의 임금도 올라가고 임금이 오르면 소비가 늘고 투자가 늘면서 고용이 늘고 성장이 이뤄진다는 논리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될까. 소득을 세부적으로 보면 고용×임금×생산성의 함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임금이 증가해 생산성도 높아지고 고용도 증가하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임금이 증가하면 고용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것도 급격한 임금 상승 부담을 견디지 못한 사업주가 폐업해 최저임금을 받을 고용 기회조차 사라지면 소득총량이 감소해 소득주도 성장도 안 되고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폐업까지는 가지 않는 경우라도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하는 사업주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현재도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14% 수준인데 이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다수의 소상공인을 불법을 행하는 사업주로 만들 수도 있다. 선의로 시작된 정책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합리적 대안은 무엇인가. 먼저 명심해야 할 것은 임금 상승은 생산성 향상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성 향상 이상의 임금 인상이 이뤄지면 고용감소나 불법 행동이라는 ‘시장의 복수’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영세 소상공인의 생산성 향상은 지지부진하고 그 결과 임금 인상도 쉽지 않다. 지불 능력이 취약한 소상공인이 고용을 줄이지 않고 임금 인상을 하려면 생산성 혁신을 해야 한다. 소상공인의 보호가 아니라 혁신이 더 중시돼야 하는 이유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만을 무기로 과당 경쟁을 하는 소상공인의 혁신과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된 소상공인이나 근로자가 갈 수 있는 일자리가 없는 것이 딜레마다.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넘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통계상으로는 빈 일자리는 25만개 정도이고 일자리를 찾는 사람은 잠재실업자를 포함해 300만에 이른다. 누군가가 창업하지 않으면 취업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는 생산성 혁신이나 제대로 된 창업을 통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런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임금을 억지로 올리는 노력 대신 생산성 혁신과 제대로 된 창업에 힘을 쏟아 고용을 늘리는 것이 소득주도 성장을 실현하는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임금주도 성장이나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 생산성 혁신주도 성장이나 제대로 된 창업주도 성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생산성 혁신을 통한 임금 상승과 제대로 된 창업을 통한 고용증가가 이뤄지면 최저임금은 정책이 아니라 시장의 힘을 통해 1만원의 고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시인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가 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 시를 패러디해 한마디 덧붙인다. ‘소상공인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일생에 한번이라도 자신의 돈으로 사람을 고용해본 적이 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