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위지도층의 비리 의혹을 연달아 폭로하며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리는 ‘신발 속 돌멩이’가 된 도미 부동산재벌 궈원구이 정취안홀딩스 회장을 겨냥한 중국 측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하이항(HNA)그룹 계열사 하이난항공은 전날 낸 성명에서 “궈원구이가 하이항그룹에 대해 제기한 의혹은 모두 거짓”이라며 법적 절차에 따른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궈원구이는 앞서 하이항그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친위 세력인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가족들과 밀접한 관계라는 폭로로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앞서 베이징 청젠우건설그룹 등 중국의 9개 건설사도 지난 9일 미 뉴욕주 고등법원에 그가 지배주주로 있는 기업들의 불법 자금이전, 부당이득 취득 등의 혐의를 제기하며 그를 상대로 2억7,000만위안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일부 외신들은 궈원구이가 최근 중국 당국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는 우샤오후이 안방보험그룹 회장과도 관계를 맺고 있었다며 우 회장의 구속이 사실상 왕 서기를 겨냥한 궈원구이의 폭로전에 대한 압박 조치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014년 홍콩에서 미국으로 도피한 궈원구이는 뉴욕에 거주하며 페이스북과 미국 언론매체들을 통해 시 주석 측근의 비리 의혹을 연달아 쏟아내왔다. 이 때문에 궈원구이는 부패로 낙마한 링지화 전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의 친동생 링완청과 함께 중국 당국이 가장 잡아들이고 싶어 하는 미국 도피범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중국 당국은 현재 그에 대해 인터폴 적색 수배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특히 왕 서기의 부인이자 혁명원로 야오이린의 딸인 야오밍산이 조카를 통해 하이난항공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궈원구이의 주장은 시진핑 지도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중론이다. 왕 서기 주도의 반부패 사정작업을 통해 시 주석 반대파벌을 견제하려는 지도부의 노림수를 가로막으며 올가을에 열릴 제19차 공산당 당 대회에까지 파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 정치권을 흔들고 있는 그의 성장 배경은 대부분 베일에 싸여 있다. 1968년 산둥성 출신으로 알려진 궈원구이는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일을 시작해 1990년대부터 부동산 분야에서 큰돈을 벌었다. 특히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주경기장 인근에 판구호텔을 세우면서 부동산 갑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나 호텔 건설 과정에서 마젠 국가안전부 부부장과 이권을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져 사정 당국의 타깃이 되자 2014년 8월 미국으로 도피했다. 당국은 궈원구이가 지배주주인 판구인베스트먼트 직원들을 최근 사기 대출 혐의로 기소하고 공개재판을 진행하며 궈원구이의 폭로 중단 및 송환을 위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