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신생 정당 ‘라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LRM)’가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 결과 전체 하원의석의 과반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LRM은 최종 집계 결과 하원 577석 중 61%인 350석의 의석을 확보하며 프랑스 정치사의 새 주인공이 됐다. 의석의 80% 이상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1년여 차 신생 정당이 60여년 역사의 공화·사회당 양당체제를 무너뜨린 ‘깨끗한 압승’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전 집권당인 사회당은 기존 284석에서 29석을 건지는 데 그쳤고 제1야당인 공화당도 131석을 확보하며 지난 총선의 199석에 크게 못 미쳤다. 극좌정당 앵수미즈는 대통령 후보였던 장 뤼크 멜랑숑을 포함해 17명이 원내에 입성했으며 극우성향의 국민전선(FN)은 예상보다 낮은 8석에 그친 채 마린 르펜 대표의 첫 원내 입성에 만족해야 했다.
일찌감치 예고된 결과대로 총선이 끝나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권을 뒤흔든 ‘선거혁명’을 마무리하게 됐지만 프랑스 사회에서는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 43%라는 역사상 최저 수준의 투표율이 마크롱 정부에는 큰 부담이다. 외신들은 낮은 투표율이 마크롱 정부에 반발하는 이들의 대거 투표 포기 때문이라며 예상외로 낮은 지지기반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마크롱 정권의 불안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국무총리는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해 이날 “모두를 위한 프랑스를 만들겠다”고 총선 소감을 밝혔다.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마크롱 정권이 제1국정과제로 내건 노동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신생 LRM의 압승은 ‘경제통’인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역사상 최초의 ‘중도’ 정부가 특유의 효율성으로 프랑스 경제를 저성장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첫 시험대가 될 그의 노동개혁 작업은 벌써 만만찮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주요 노조들이 정부의 세부 개혁안이 나오기도 전에 정부 법안과 기업친화 정책에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강성인 2위 노조 노동총동맹(CGT)을 중심으로 주요 노조들이 총선 이튿날부터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고 나섰다. 프랑스 1위이자 가장 유화적 입장인 프랑스민주노조연맹(CFDT)의 로랑 베르제 사무총장도 “정부가 노조의 최종안을 거부할 경우 시위가 필요하다면 시위를 하고 기업별 조직화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파업 가담을 예고하는 등 마크롱 정권과 노조의 정면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해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계에서 잔뼈가 굵은 뮈리엘 페니코를 노동장관으로 발탁하고 내치의 첫 행보로 주요 노조와 마라톤 협상을 여는 등 ‘노조 껴안기’에 공을 들이며 개혁과제 달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왔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칼럼에서 “새 정당은 사실상 중산층 정당이라 프랑스 국민의 40%를 차지하는 블루칼라의 입장을 무리 없이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수년간 마크롱 정부의 각종 개혁안의 초석이 될 노동개혁이 노조의 반발로 실패할 경우 극심한 사회적 혼란과 함께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높은 기대가 깊은 실망으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CNBC는 “프랑스 노동계 자체도 금융위기 이후 시위가 줄고 1, 2위 노조 간 충돌이 일어나며 세가 크게 축소됐다”며 “휴가철에 개혁 세부안을 내놓기로 약속한 대통령이 또 다른 묘수로 프랑스 경제개혁에 무난하게 시동을 걸 수 있을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