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작된 국정농단 청문회는 올해도 정부 및 사법기관의 인사청문회로 이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청문회 장면이나 관련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됐다. 대통령제 아래 의회민주주의가 확립된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후 새 정부 요직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부각된 사건들과 관련된 청문회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미국의 방송들도 앞다퉈 실시간 중계방송하고 있다.
두 나라의 빈번한 청문회를 보다 보면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질의응답과 관련된 내용과 수준이 아니라 청문회장의 환경에 대한 차이를 짚어보려 한다.
우선 공간의 협소에서 오는 비좁음이다. 장소는 청문회 내용이나 성격, 청문회 대상의 상태에 따라 정해지지만 전반적으로 우리의 청문회장은 굉장히 비좁다. 특히 장관 등 인사청문회의 경우 대부분 연관 국회상임위원회 회의실이 제공되다 보니 더욱 협소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좁은 장소에 많은 사진기자들까지 몰리며 장소는 더 좁아 보인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사진기자의 역할은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미국의 청문회장은 사뭇 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미국의 경우 모든 기자들은 의원들인 질의자의 책상 아래에 두 다리를 펴고 앉아 있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청문회장 전체를 보여주는 경우를 제외하고 질의 장면만을 보여줄 때 기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질문하는 의원 당사자의 모습만 확실히 보인다.
또 청문 대상자도 우리처럼 커다란 방송중계 카메라가 아니라 작은 고성능 카메라가 질의자의 책상 밑에서 원격으로 방향을 조절하며 보여준다. 즉 질의자와 답변자만 클로즈업해 높은 집중도로 내용 전달이 되며 청문회의 효과를 배가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의 경우 사진기의 삼각대들, 기자들의 명찰, 들고 있는 긴 렌즈의 카메라와 어깨끈의 수많은 카메라 브랜드 로고들이 질의자들의 뒤에 놓인다. 더욱이 이러한 배경이 분주해 보여 질의하는 의원의 모습을 비춰줄 때 부득이 함께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환경이 경쟁력인 사회에 사는 현재 청문회의 수준과 질을 높이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청문회의 주체인 국회에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자들에게 여유 있는 별도의 공간을 제공해 질의자와 답변자가 오로지 서로만을 마주하며 질의응답에 집중하는 모습을 시청자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