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왔는데도 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출근하려고 합니다.”
23일 오전 서울 은평구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의 모델하우스를 찾은 회사원 A씨는 개장시간인 10시 전부터 줄을 섰지만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입장을 포기했다.
정부의 6·19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지역의 첫 분양단지인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의 모델하우스에는 개관 첫날인 이날에만 약 6,000명의 인파가 몰렸다. 같은 날 문을 연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의 모델하우스에도 약 5,000명이 다녀갔다.
6·19대책으로 서울 전역의 전매제한 기간이 계약일로부터 입주(소유권이전등기)까지 확대되는 등 청약 관련 규제가 강화됐지만 신규 분양을 받으려는 열기는 꺾지 못했다. 낮 최고기온이 32도까지 치솟는 때 이른 더위 속에서도 입장하려는 줄이 길게 이어졌으며 A씨처럼 기다리다 지쳐서 중간에 돌아가는 이들이 속출할 정도였다.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들이 6·19대책 이후 호가가 수천만원씩 하락하며 ‘거래 절벽’ 상황을 맞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이들 단지는 이번 6·19대책 중 강화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규제비율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금융규제 전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도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에 대해 아파트 중도금 및 잔금대출의 LTV를 기존 70%에서 60%로 강화하는 한편 잔금대출에 대해서도 DTI 50%를 신규 적용하기로 했지만 행정지도 예고를 거쳐 다음달 3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분부터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상암동에 있는 직장에 다닌다는 B씨는 이날 오전 반차를 내고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 그는 “입장하는 데 1시간이 걸렸고 구조를 둘러보고 ‘내 집 마련 신청’하는 데 1~2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면서 “회사까지 걸어서 출퇴근이 가능한 단지여서 실거주 목적으로 청약을 넣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보통 오픈 첫날인 금요일에 방문객 수가 가장 적은 편인데 이번엔 예상보다 많다”면서 “6·19부동산대책에 따른 영향은 전혀 못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지역도 입주 시까지 전매가 제한되는데 다행히 집단대출 규제는 7월3일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피해 갔고 중도금 무이자라는 점도 실수요자들의 부담을 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동구 고덕동에 마련된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 모델하우스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소형 평형 위주로 구성돼 30~40대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말 동안 2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분양시장은 6·19대책의 핵심 규제 대상인데도 서울의 경우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면서 “전통적으로 분양 비수기인 다음달에도 서울에서 1만가구가량이 분양될 예정인데 입지가 좋은 단지가 많아 지속적으로 관심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