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나라곳간 좀먹는 예산적폐 없애라]'복지 사각지대' 뻔히 알고도 지원 못하는 복지부

취약층 50만명 발굴 했지만

복지제도 포괄성 넓지 않아

정부 지원은 4만명도 안돼



매년 100조원이 넘는 복지 예산을 쓰지만 빈부 격차가 완화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복지 사각지대가 계속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정례적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지만 복지제도 자체의 포괄성이 좁아 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지원을 못하는 실정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21일부터 올해 2월28일까지 겨울철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집중 발굴 작업을 벌였다. 실질적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대략 50만명 정도 발굴했다. 하지만 34만3,000명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이마저도 기초생활보장, 긴급 복지지원, 에너지바우처 등 정부 제도권 내 복지 서비스를 받게 된 사람은 3만8,000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31만8,000명은 일회성 혜택만 주어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후원금 등 민간 후원을 받았다. 이들은 제도권 내 복지 서비스를 받는 것이 아니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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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례는 매년 반복된다. 지난해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발굴한 복지 사각지대 대상자는 20만9,007명이었다. 그러나 이 중 복지 서비스가 지원된 경우는 약 10분의1인 2만7,631명에 그쳤다. 여기서 정부 제도권 내 복지를 받은 사람은 5,976명(21.6%)에 불과했다. 나머지 2만1,655명은 일회성 민간 지원만 받았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보장성·포괄성이 넓지 못해 제도상의 수급 요건에 해당되지 않아 생기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부양의무자제도가 있어 실질적으로 생활이 어려워도 수급 대상자에서 탈락할 수 있다. 현재 전문가들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소득과 재산이 최저생계비를 밑돌아도 제도의 혜택을 못 받는 국민이 대략 100만명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정부가 수급자와 부양의무자가 장애인과 노인일 경우 부양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지만 이에 따라 구제 받을 수 있는 가구는 4만1,000명 정도로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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