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 규모가 570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큰손’ 국민연금이 임대주택 투자에 나선다. 갈수록 늘어나는 자산 규모에 맞춰 신규 투자처 발굴이 절실한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임대주택이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자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르면 다음달 임대주택에 투자하는 블라인드 펀드 운용사 선정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국민연금이 임대주택 투자를 위해 운용사를 선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은 1·4분기 말 기준 국내 부동산에 6조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투자 대상은 대부분 오피스·리테일 등이다. 가장 최근에는 올 들어 거래 규모가 가장 큰 시그니처타워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으며 지난해에는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리테일몰 지스퀘어에 투자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임대주택 투자에 나서는 것은 기존의 오피스·리테일·물류센터 등에 대한 투자만으로는 국내 부동산 투자를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국민연금의 국내 부동산 투자 규모는 전체 운용자산이나 해외 부동산 투자의 증가 속도에 못 미치고 있다.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규모는 지난 2012년 392조원에서 올 1·4분기에는 570조원으로 45.4% 증가했으며 이 기간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8조4,000억원에서 17조9,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빠르게 커졌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부동산 투자 규모는 4조5,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3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 주택시장이 최근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고 1인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임대주택 사업에 뛰어드는 대기업들이 늘어나는 등 임대주택이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는 점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1년 말 전체 전월세 거래량 중 33.0%를 차지했던 월세 비중은 지난해 말 44.4%로 증가했다. 시장이 커지자 최근 롯데자산개발, SK D&D, KT에스테이트, 코오롱글로벌, KT&G 등 대기업들도 임대주택 사업에 나섰다.
한편 이번 국민연금의 임대주택 투자는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기관들의 국내 부동산 투자는 주로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돼왔지만 최근 국민연금이 블라인드 펀드 방식의 투자를 잇따라 진행하면서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코어(Core) 자산에 투자하는 블라인드 펀드와 중소형 리테일에 투자하는 밸류애드(Value Add) 블라인드 펀드 운용사를 뽑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