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트럼프 "北, 엄청난 문제 야기"...사드배치 시기 놓고 신경전 예고

■文대통령 오늘 訪美 ...정상회담 전망

트럼프 공격적 협상 스타일 맞서

文 '수비' 전략 구사로 대화 전개

한·미 FTA 재협상·대북기조 등

충돌 이슈에 서둘러 대응 안할듯

실무형 순방단 꾸려 돌발변수 대비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수비’에 방점을 둔 전략적 대화를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축구 경기에서 약팀이 강팀을 만났을 때 수비에 치중하다 상대가 허점을 보이면 역습을 노리는 것처럼 문 대통령은 예상할 수 없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적 접근에 대비해 방어전략을 짜는 데 치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방향으로 성과 도출보다는 한미동맹 강화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구축에 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대북 기조 등 양국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이슈에 서둘러 대응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드에 대해서는 이미 문 대통령이 “전임 정부의 일이지만 국가 간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혔던 만큼 현재 한국 정부가 진행 중인 환경영향평가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배치 시기에 대해서는 못 박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대북 해법을 요청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외교 신경전’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권은 엄청난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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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 의제를 꺼냈을 경우에도 그 자리에서 개정 논의를 바로 진행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 정도만 표출할 것이라는 게 외교가 안팎의 중론이다. 또 최근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양국 정부 간 대북 기조에 대한 입장 차에 대해서도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상 간 의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대화 의지를 북한이 꺾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방점을 찍을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전직 주미 대사를 초청해 과외까지 받으며 수비 전략을 짰지만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주고받기의 대가인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요구와 제안에 인권변호사 출신으로서 경청과 논리력에 기반한 문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정상회담의 관건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즉흥적인 협상도 마다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을 역이용하는 방법으로 대규모 경제사절단의 미국 투자가 지목되고 있다. 경제사절단이 미국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조건으로 사드의 조기 배치와 한미 FTA 개정에 대한 미국의 압박 수위를 낮추거나 셰일가스 등 에너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기대다.

한미정상회담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기조는 이번 정상회담 순방 명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당 의원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명만 참석하고 국무위원급에서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만이 동행한다. 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실무 관료 등은 대거 순방단에 포함됐다. 앞선 정부가 순방단에 장관급 고위 인사를 대거 포함시켰지만 문 대통령은 실무진 위주로 순방단을 꾸려 돌발 변수에 즉각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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