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블레어하우스

2915A39 만파




통상 외국 정상의 미국 방문 형식은 의전을 기준으로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국빈방문(state visit), 공식방문(official visit), 공식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 실무방문(working visit) 등이다. 그중 국빈방문은 최고의 예우가 제공된다. 의장대 사열 환영 행사, 21발의 예포를 쏘는 백악관 환영식과 환영 만찬,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등의 의전은 기본이다.


공식방문은 국빈방문에 비해 의전이 간소화되는데 상황에 따라 백악관 환영 만찬, 상하원 합동연설 등의 의전이 추가된다. 공식실무방문의 경우 공식방문보다 의전이 더 줄어들지만 내용상으로는 공식방문과 별 차이가 없다. 실무방문은 말 그대로 의전보다 내용을 더 중시하는 형태다. 정상끼리 격식 없이 만나 현안을 논의한다.

관련기사



국빈방문과 다른 방문을 구분 짓는 또 하나의 잣대는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Blair House)에 외국 정상이 얼마나 머무를 수 있느냐다. 기준은 2박(泊)이다. 백악관 내규상 국빈방문하는 외국 지도자는 블레어하우스에서 3박 이상이 가능하지만 그 외에는 이틀 밤이 원칙이라고 한다. 워싱턴DC 일정이 3박4일이면 하루는 호텔 등 다른 곳에서 묵는 것이 보통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첫 방미가 국빈방문이 아니어서 블레어하우스에서 2박만 했다.

28일 취임 후 첫 방미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블레어하우스의 관례를 깰 모양이다. 형식이 공식실무방문인데도 워싱턴DC에 머무르는 사흘 밤을 모두 블레어하우스에서 숙박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미국 초행길에 영빈관에서 3박 이상을 하게 되는 한국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청와대의 요청에 난색을 표하던 백악관 측이 한미 동맹 등의 중요성을 감안해 받아들였다고 한다.

연유야 어떻든 미국 정부가 문 대통령의 방미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환대하는 것 같아 반갑다. 백악관 맞은편에 있는 블레어하우스는 백악관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이렇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저와 지척인 곳에서 문 대통령이 하루 더 지내게 됐으니 이번 방미를 계기로 한미 관계가 더 긴밀해지기를 기대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