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커넥티드카(통신기술이 접목된 차) 부문에서 글로벌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와 통신망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테슬라가 커넥티드카 선도기업인 만큼 KT의 제휴는 시장에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인공지능(AI) 기술, 콘텐츠 서비스를 테슬라의 전기차에 접목할 경우 자동차 전자장비 사업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이번 계약은 최근 국내외 완성차 업계와 잇따라 제휴하며 커넥티드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 정보기술(IT)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오는 2020년까지 3년 동안 테슬라 전기차에 KT의 통신망을 구축하는 내용의 계약서에 양측이 최근 최종 서명했다. KT 5세대(5G) 통신망을 기반으로 테슬라의 텔레매틱스가 국내에서 구현되는 것이다. 텔레매틱스는 도로교통 체계에 차량끼리 또는 차량과 도로 인프라(V2X) 간 통신 시스템을 도입해 양방향으로 교통정보를 수집·제공하는 것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5G 기술력을 인정받은 KT와 커넥티드카 기술을 주도하는 테슬라가 협력하면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가 내년에 국내 출시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 보급형 전기차 ‘모델3’부터 KT 통신망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능 등이 포함된 ‘모델S 90D’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판매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국내 통신 파트너를 찾기 위해 국내 이통사를 포함한 네트워크 업체들과 협상을 벌여왔다. 이 중 KT와 SK텔레콤이 압도적인 5G 기술력으로 막판 ‘2파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고심 끝에 테슬라는 글로벌 최초로 5G 표준규격을 만들고 2019년 5G 상용화를 목표로 한 KT의 손을 잡았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세부 사항에 대한 합의가 난항을 겪어 협상이 결렬될 위기도 있었지만 최종 결정은 KT였다”고 전했다. KT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부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또 테슬라 전기차 내부에 장착되는 통신 칩과 SIM 카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해당 칩과 카드는 전기충전과 네트워크 연결 기능을 동시에 한다.
영화 ‘아이언맨’의 모델로 알려진 일론 머스크가 세운 테슬라는 전기차·커넥티드카의 세계적 선도기업이다. 자율주행·통신 기능 등 완성차 업체에 비해 뛰어난 기술력을 갖췄다. KT가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테슬라 프리미엄’을 갖게 되는 것이다.
KT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음성인식 AI 서비스 ‘기가지니’,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지니뮤직’을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운전자 음성으로 차량 내 기능이나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키고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도 있으며 주행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정보’를 차량으로부터 불러오는 것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현재 이 같은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 기능은 커넥티드카의 핵심으로 꼽힌다. 기가지니는 사람이 평소에 쓰는 말(자연어)을 인식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IT 기업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자동차 전자장비 사업으로 KT가 뻗어나갈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전장사업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간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진출을 선언했고 네이버는 지난해 차량공유 업체와 협력해 커넥티드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카카오는 보안 솔루션을 커넥티드카에 탑재하기로 했다.
이동통신 업계로 보면 KT와 테슬라의 이번 협력으로 그동안 국내외 완성차 업체와 ‘합종연횡’을 벌여온 이통사 간 커넥티드카 ‘전쟁’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BMW와 세계 최초로 5G 커넥티드카 ‘T5’를 개발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쌍용차 모기업인 마힌드라그룹의 계열사이자 글로벌 IT 업체인 테크마힌드라와 커넥티드카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KT는 지난해 말 다임러의 벤츠에 KT의 위치정보 서비스를 탑재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는데 이번에 테슬라와의 협력으로 범위를 넓혔다.
증권시장에서는 이번 계약이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 등 겹악재로 3만원대의 박스권에 갇혀 있는 KT는 물론 이동통신사의 전체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