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2,026에서 시작했던 코스피가 박스권을 벗어나는가 싶더니 2,400선도 훌쩍 넘을 태세다. 6개월간 무려 18%에 이르는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다. 오랜 기간 박스권에 답답했던 투자자들이 고대하던 주식 시장의 대세 상승이 드디어 시작된 것일까. 조심스럽게 상승을 점치던 의견이 점점 자신감을 더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투자를 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시점에 하필이면 가장 피하고 싶던 상황을 맞닥뜨리기 일쑤다. 이른바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 제대로 작용하는 곳이 바로 투자의 세계다. 언제나 그렇듯이 예측은 종종 빗나가기 마련이고 자기 주관 없이 투자하던 이들은 원망의 대상을 찾고는 한다. 이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몇 가지를 되짚어보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신문을 보면 ‘코스피가 연말에는 2,600까지 간다’ ‘유가가 곧 30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다’하는 예측들이 나온다. 만약 이를 확신한다면 자산을 배분해 투자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투자할 때 포트폴리오를 짜라고 권하는 것이다. 좋은 포트폴리오란 내 맘이 편안해야 하며 상황에 바뀌어도 쉽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투자할 때 객관적인 판단 근거를 갖지 못하면 군중심리에 휩쓸리기 쉽다. ‘모두가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다’라는 투자의 격언이 있다. 사실 대다수가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는다면 큰 조정이 발생하기 어려운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다수가 살 때는 이처럼 한없이 가격이 상승할 것만 같은 착시 현상이 생긴다는 점을 깨닫는다면 항상 냉철하게 현상을 바라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투자는 처음에 설정한 목적이 매우 중요하며 이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사회 초년생이 노후 연금을 마련하기 위해 적립식으로 투자할 때는 웬만한 예측은 매수의 타이밍에 큰 영향을 줄 수 없다. 하지만 인출 시기가 곧 다가오는 자금이라면 투자의 결정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 방망이를 짧게 잡는 심정으로 투자 결정을 해야 한다. 이를테면 충분히 현실적인 범위의 목표수익률을 정해놓고 그것을 달성하는 순간 망설임 없이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설령 매도 이후에 주가가 폭등하더라도 나와 인연이 없는 것으로 깨끗이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스스로 투자의 자세를 되돌아본다면 더욱 현명한 투자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