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일국양제 실현 보장"…反중국 정서 달래는 시진핑

'홍콩 반환' 20주년 맞아 9년만에 방문

'反중국 주류' 젊은층 의식한 행보로

서구문화구·액티비티센터 등 찾지만

범민주파 시민단체 등 거리행진 예고

'민심잡기' 발걸음 성공할지는 미지수

홍콩 주권반환 2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중국 국가주석 취임 이후 처음으로 홍콩을 방문한 시진핑(왼쪽) 주석이 ‘친중파’ 캐리 람(〃 세번째) 홍콩 행정장관 당선인 등 홍콩 내각 관료들과 29일 홍콩 서구문화구에서 경극을 관람한 뒤 연기자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홍콩=AFP연합뉴스홍콩 주권반환 2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중국 국가주석 취임 이후 처음으로 홍콩을 방문한 시진핑(왼쪽) 주석이 ‘친중파’ 캐리 람(〃 세번째) 홍콩 행정장관 당선인 등 홍콩 내각 관료들과 29일 홍콩 서구문화구에서 경극을 관람한 뒤 연기자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홍콩=AFP연합뉴스


주권반환 2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29일 9년 만에 홍콩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음달 1일 캐리 람 행정장관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일국양제 원칙을 강조하면서 홍콩인들의 반중국 정서를 다독이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홍콩 정부도 10주년 때의 9배에 달하는 9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주년 기념잔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홍콩 시민들과 민주화 요구 진영은 항인치항(港人治港, 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 원칙이 무너졌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정오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전용기로 홍콩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공항에서 짧은 연설을 통해 “홍콩이 지난 20년간 이룬 큰 성과를 축하한다”고 밝혔다.

렁춘잉 행정장관은 2013년 주석 취임 이후 처음으로 홍콩을 방문한 시 주석을 위해 홍콩국제공항에서 시 주석 전용기에 직접 올라 영접했다. 시진핑의 홍콩 방문은 부주석 시절인 2008년 7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경기장 시찰을 위해 짧은 일정으로 홍콩을 찾은 후 9년 만이다.

이날 홍콩 도착 직후 시 주석이 공항 연설에서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홍콩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지지 의지다. 시 주석은 반환 20주년을 맞은 홍콩의 각 분야 성과를 강조하면서 “중국 당중앙이 지난 20년간 홍콩의 든든한 지지자였다”며 “일국양제가 안정적으로 실현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홍콩에서 최근 부쩍 커지고 있는 독립 요구와 홍콩 시민들의 반중국 정서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또 “앞으로 홍콩의 발전과 새로운 변화를 실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콩 방문 첫날 시 주석의 일정은 반중국 정서가 강한 젊은 세대를 염두에 둔 행보에 무게를 뒀다. 시 주석은 홍콩 도착 후 첫 행선지로 대규모 문화시설인 서구문화구 건설현장을 찾았고 여기에서 홍콩고궁문화박물관 건립에 관한 중국과 홍콩 간 협정 체결식에 참석했다. 30일에는 홍콩 경찰과 젊은 층의 소통을 위한 단체인 소년경신의 액티비티센터를 방문하고 오후에는 완차이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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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홍콩 민심을 의식한 시 주석의 행보에도 홍콩 내부의 반중국 정서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이번 기념식을 중국의 힘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뿐 행정장관 직선제수용 등 민주화 요구는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홍콩 시민들의 지배적인 정서다.

당장 범민주파 시민단체인 민간인권진선(민진)은 30일 저녁 완차이에서 시위를 벌인 뒤 다음달 1일에도 거리행진을 할 것임을 예고했다.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 당 비서장 등 범민주파 26명은 28일 저녁 골든바우히니아 광장에서 주권반환 기념상을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

홍콩 정부는 충돌 가능성을 의식해 시 주석의 홍콩 방문 기간에 전체 경찰관 2만9,000명 중 3분의1이 넘는 1만1,000명을 동원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 시 주석 내외와 수행단의 숙소인 완차이르네상스호텔과 그랜드하이야트호텔은 이날부터 나흘간 일반인의 예약을 받지 않는다.

시 주석은 주권 반환일인 다음달 1일 캐리 람 행정장관 당선인과 내각의 취임선서를 주관한 후 홍콩 강주아오 대교와 광저우행 고속철도 건설현장을 시찰한 뒤 베이징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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