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세계 3대 겨울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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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혹독한 겨울 추위와 만나면 상상할 수 없는 참혹한 결과로 나타난다. 2차 세계대전의 흐름을 바꿔놓은 모스크바 공방전과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겨울 전투였다. 결국 소련이 나치 독일에 대한 승리를 부각하기 위해 이후 정확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지만 후일 밝혀진 바에 따르면 두 전투로 양측에서 40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1941년 10월 아돌프 히틀러는 “결정적이고 위대한 마지막 전투가 시작된다”며 장병들에게 편지를 보내 모스크바로의 진격을 명한다. 키예프 공방전에서 승리해 자신감을 얻은 히틀러는 러시아 침공계획인 이른바 ‘바르바로사 작전’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결과적으로 히틀러의 이 작전을 좌절시킨 것은 스탈린도 볼셰비키 공산당도 아닌 러시아의 추운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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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전쟁 당시 실패의 교훈도 있었지만 히틀러는 이미 세월이 100여년 이상 흘렀고 무기가 발달하고 수송·보급 수단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며 이를 가볍게 판단했다. 결국 독일이 자랑하던 기갑부대는 모스크바로 가기 전 이미 러시아의 유명한 ‘진흙의 바다’에 갇혔으며 혹독한 추위로 동사하는 병사들이 속출했다. 대포는 발사하기 위해 1시간 이상의 예열시간이 필요했고 총도 연속 발사가 불가능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모스크바 공방전으로 전선이 교착화하면서 히틀러가 다음 해 여름 시작한 남부의 스탈린그라드 전투도 결국 독일 6군이 고립돼 혹독했던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1943년 2월 소련에 항복하면서 끝난다. 이 전투는 인류사를 통틀어 가장 참혹한 전투로 기록되고 있다.

이들 두 전투와 6·25전쟁 당시의 장진호 전투가 세계 3대 겨울 전투다. 1950년 겨울 미 해병 1사단이 함경남도 개마고원 장진호에서 한국전쟁에 개입한 중공군에게 포위됐다가 이 포위망을 뚫고 흥남으로 철수한 전투다. 성공한 전투라지만 미군은 ‘역사상 가장 고전한 전투’로 기록하고 있고 생존한 몇몇 참전 병사들은 그 겨울의 추위와 참상을 기억하고 있다.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DC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와 참배로 일정을 시작했다고 한다. 전투의 승패와 상관없이 다시는 이 같은 참상이 한반도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를 잘해야 할 것이다. /온종훈 논설위원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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