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한국판 셜록홈스'를 허하라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탐정(민간조사업)’이란 정당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으로부터 특정사안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을 의뢰받아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관련 자료나 정보를 수집한 뒤 의뢰인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업을 말한다. 즉 경찰권이 미치지 않는 민사 문제 또는 공권력의 개입 여지나 서비스의 질이 비교적 낮은 분야에서 문제 해결에 유용한 단서를 수집하는 일이다.

어린 자녀들로부터 “난 커서 탐정이 되고 싶어요”는 희망을 들었을 때 무슨 말을 하게 될까. “안돼, 탐정은 영화에서만 보는 거야”라고 하거나 “우리나라에서는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어 탐정을 금하고 있단다”라는 설명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사생활을 무엇보다 중하게 여긴다는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선진국들은 정작 탐정을 ‘생활의 편익도모 수단’으로 직업화한 지 오래다. 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탐정을 소재로 한 영화ㆍ드라마ㆍ만화 등 탐정문화 창달로 부가가치를 확산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11년 7월 조선총독부가 제정한 ‘신용고지업취체규칙’을 시발로 탐정업을 106년째 법률로 금하고 있다(지금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로 금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한국을 제외한 34개국에서는 인구 100만명당 평균 320명의 민간조사원이 전문직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만 한 지역에 3,200명의 공인탐정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특히 탐정업을 신고제로 운영하는 일본의 경우 인구 대비 가장 많은 6만여명의 사설탐정이 등록돼 있는데 이들의 수임 건수는 연간 250만건에 이른다. 이는 탐정 1인이 월 4건 넘게 처리하는 꼴이다. 그러나 “탐정 때문에 사생활이 불편해 못 살겠다”는 불만은 ‘가뭄에 콩 나듯’ 그리 흔치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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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는 “탐정은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탐정 공인을 17대 국회 때부터 줄곧 반대해왔으나 사실 탐정의 일탈을 통제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공인탐정법이 제정되면 탐정에 대한 교육이나 퇴출 등 그들을 직접 규찰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고 이와 함께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통신비밀보호법·위치정보보호법 등 탐정활동을 제어하는 기능을 가진 20여개의 개별법이 존재한다. 탐정법(민간조사업법) 제정과 함께 개별법 위반 가능성이 큰 행위를 중심으로 지도와 감독이 강화되면 사생활을 넘보거나 불법한 수단을 택하는 탐정은 한 달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주요 정책을 알릴 때마다 “글로벌한 사고가 필요하다”거나 ‘OECD 기준’을 들고 나왔으나 유독 탐정업에 대해서는 OECD 대열에서 나 홀로 낙오했다. 외국에서 하니 우리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점증하는 탐정 수요는 민생의 한 단면임을 직시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인탐정제도 도입’ 공약은 ‘생활의 질’을 한 단계 더 높이고 2만여개의 새 일자리와 2조원 규모의 시장을 열 ‘참 좋은 결단’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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