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9% 감소했다. 1월(-2.1%) 이후 가장 큰 감소율이다.
통계청은 “4월 소매판매액지수가 122.3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로 야외활동이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5월에는 어린이날·대통령선거일 등으로 이어진 황금연휴가 있어 소비지표가 좋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미세먼지로 오락·야외용품의 판매를 중심으로 위축됐다.
생산 부문도 쪼그라들었다. 전산업생산은 0.3% 감소해 4월(-1.0%)에 이어 두 달째 뒷걸음질 쳤다. 광공업생산은 반도체(9.1%), 전자부품(4.7%) 등에 힘입어 0.2% 증가했다. 그러나 서비스업생산이 7개월 만에 처음 감소해(-0.3%) 전산업생산이 줄었다. 반면 설비투자는 1.8% 증가해 한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앞으로다. 일단 이날 발표된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1.4%로 5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66.7%) 이후 최저였다. 공장이 활발히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제조업 선행지수인 재고율도 125.4%로 1년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앞으로 업황이 좋아져도 당장 생산 확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국제유가 하락세도 예사롭지 않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름값이 떨어지는 등 가계소비 여력이 커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산업 측면에서는 문제”라며 “우리 경제 황금유가는 배럴당 50달러대인데 최근 40달러대 초반까지 하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수출제품 단가가 내려가 수출 증가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최근 꿈틀대는 조선·해운업에도 부정적이다. 이외에 투자와 고용을 전담하는 기업 심리가 위축되는 점도 복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8포인트로 전월보다 4포인트 하락, 4개월 만에 최저를 나타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건설 부문에 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수출도 연초만큼 큰 증가세를 나타내기 힘들다”며 “소비심리가 좋아진다지만 소득은 안 늘어나는 등 어려운 가계 현실은 그대로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연초 같은 회복세가 계속되기 힘들고 불안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