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빨리 기업의 부실을 털고 정상화하기 위해 도입한 ‘패스트트랙(Fast Track) 기업회생제도(법정관리)’가 경영개선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법정관리로 가면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혀 거래가 중단되고 신용등급이 하락해 자금조달에 더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4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패스트트랙 기업회생절차가 법정관리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에 미친 영향’ 보고서(최영준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를 발표했다. 패스트트랙 법정관리는 부실기업을 빨리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해 법원에서 회생개시가 결정 후 계획이 인가되기까지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는 제도로 2011년 도입됐다.
최 연구위원은 이 제도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말 기준 법정관리 기업 1,483개를 대상으로 이자보상비율이 개선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금융(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비표로 1 이상이면 벌어들인 돈이 금융비용보다 많고 1 이하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 연구위원은 연구 결과 분석 대상인 모든 법정관리 기업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들이 패스트트랙 법정관리에 돌입한 후 이자보상비율(ICR)이 뚜렷이 개선되는 효과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연구위원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전체 기업뿐만 아니라 규모별(대기업과 중소기업), 업종별(제조·건설·도소매업 등)으로 나누어 추정해봐도 (통계적 유의성이 적다는)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법정관리 시작 전후 금융권이 (자금을 회수하는) 대출 관리와 거래기업들과의 거래 단절 등으로 영업기업이 훼손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과거 법정관리 기업이었다는 낙인효과(Bankruptcy stigma) 등에 기인해 제도의 효과가 제한된데 기인한 것”으로 평가했다.
화학업종의 경우 다른 나라들에 비해 경제 수준과 연계 산업단지 집적 수준, 에너지효율 등이 높아 유의한 (이자보상비율 1.894)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철강과 조선업의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중소기업들의 산업 경쟁력이 약화돼 패스트트랙 제도의 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위원은 “법정관리 기업의 낙인효과로 신용등급 하락, 높은 위험 프리미엄 부담 등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철강과 조선의 경우 패스트트랙 제도를 적용받으면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사업재편 등 구조조정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