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이동체, 바이오헬스, 에너지·신소재 등 5대 신산업 분야의 규제를 네거티브로 전환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범부처 태크스포스(TF)를 구성,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4일 일자리위원회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신산업 육성을 위한 ‘범부처 네거티브 규제 개선 TF’를 구성하고 지난달 27일 1차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법제처 등 부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행정연구원 등 국책기관이 참여해 네거티브 규제의 도입 방안, 준비사항, 선진국 사례 등을 논의했다. 네거티브 규제는 꼭 필요한 금지사항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 허용하는 방식의 규제다. ‘원칙적 허용-예외적 금지’라고 할 수 있다.
네거티브 규제를 주로 도입할 분야는 무인이동체,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바이오헬스, 에너지·신소재, 신서비스 등 5개 신산업이다. 무인이동체에는 자율자동차·드론, ICT 융합은 사물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터, 바이오헬스 분야는 신약·정밀재생의료·첨단의료기기·보건산업, 에너지·신소재는 신재생에너지와 신소재, 신서비스는 온·오프라인 결합 서비스(O2O) 등이 있다. 산업계에서는 빅데이터 산업 분야에서 개인정보 활용 제한, 바이오 신약 부문에서 유전자 검사·치료 제한, 금융 부문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산업자본 소유 제한 등 규제가 풀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TF에는 기획재정부와 중소기업청도 참여하며 구체적인 규제 개혁 과제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산업에 네거티브 규제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후보자 시절 네거티브 규제 개선 TF 설치를 공언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규제 방식인 포지티브(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 규제와 비교해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 것으로 산업계에서는 최소한 4차 산업과 같은 신산업에서는 네거티브 규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일례로 자율자동차 산업에서는 제품이 제대로 기능을 하는지 시험해보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기존에는 고속도로 1개, 세종시 등 375㎞ 구간만 시험운행을 허용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정부가 어린이·노인 등 교통약자 보호구역을 제외한 모든 구간에서 시험운행을 전면 허용하는 방향으로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했고 이후 기업들의 사업환경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거티브 규제를 넓게 해석하면 ‘사후 규제’까지 포함될 수 있다. 사전 규제 없이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되 사후에 절차적 문제가 발생하면 처벌하는 방식이다. 1차 회의에서는 사후 규제에 관한 내용까지 논의됐다.
국무조정실은 앞으로 TF를 통해 산업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들과 수시로 협의하며 자율자동차 시험운행과 같은 사례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낼 계획이다.
TF는 이런 점을 감안해 업계·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수렴할 방침이다. 기업·협회·학계 등 민간이 주도하는 신산업혁신위원회에서 규제 개선 분야를 제시하면 TF에서 이를 검토하는 방식이다.
향후 TF 활동이 본격화하면 국내외적으로 낙후됐다고 평가받는 신산업 관련 규제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5개 신산업에 진출한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47.5%가 ‘규제로 인한 사업 추진 차질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스위스의 금융그룹 UBS가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준비도가 139개국 중 25위에 그쳤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서는 꼴찌 수준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단발적인 규제 완화가 아니라 신산업과 관련된 규제 시스템 전반의 개혁이 중요하다”며 “신산업 제품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인프라 확충에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