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10대 고객 5년새 21만명 급감...은행이 늙어간다

본지, 4대 시중銀 한곳 분석

대부분 연령대 증가와 대조

출산율 하락에 은행도 영향권

미래 존폐 걱정...유치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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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하락이 은행의 성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서울경제신문이 한 시중은행의 도움을 얻어 연령대별 고객 증감 추이를 조사해본 결과 20대 미만 고객은 5년 사이에 21만명이 급감했다. 신생아가 줄어든 여파가 은행의 20대 신규 고객 감소로 나타난 것이다. 20대 미만 고객은 당장의 ‘캐시카우’ 역할은 하지 않더라도 은행의 미래 성장을 생각하면 은행의 존폐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일 서울경제신문이 4대 시중은행인 A은행의 연령대별 고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2년 5월 20대 미만 고객은 126만4,560명에서 올해 5월 105만838명으로 21만3,722명이 감소했다. 강원도 강릉의 인구가 22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지방 중소도시 시민만큼의 20대 미만 고객이 사라진 셈이다.


전체 고객이 2012년 5월 2,063만283명에서 2,464만5,787명으로 401만5,504명이 증가하는 동안 20대 미만은 50대와 더불어 유일하게 감소했다. 20대 미만이 전체 고객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6.1%에서 4.6%로 감소했다. 이 기간 60대 이상 고객이 250만5,890명에서 430만3,349명으로 179만7,459명 급증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60대 이상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2년 12.1%에서 17.4%로 5%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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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성장의 기반이 되는 20대 미만 고객이 급감하면서 시중은행들은 내부적으로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한 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신생아 출산이 과거 80만명에서 25만명으로 줄었다”며 “은행의 시장점유율(MS)이 25%라고 했을 때 과거 80만명일 때는 최소 20만명의 20대 미만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20만명을 확보하려면 MS가 80%를 넘어야 하는 비상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20대층 젊은 고객을 의미하는 ‘유스(youth)’ 마케팅을 10대층으로 확대하고 있다. ‘유스’ 고객 유치를 놓고 은행들이 사활을 건 전쟁을 예고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올해 2월 만 18세 이하 개인만 가입할 수 있는 ‘위비 프렌즈 패키지’를 출시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에는 만 19세 이하 미성년 고객을 위한 전용상품인 ‘i-미래통장’을 내놓고 유스 고객 유치에 나섰다. SC제일은행은 10대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입혀 카드와 통장을 출시했다. 마블 및 월트디즈니와 제휴를 맺고 ‘마블 체크카드 및 마블 통장’을 내놓으면서 10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KEB하나은행도 핀란드 대표 캐릭터인 무민과 포켓몬을 이용한 상품을 내놓았다. 젊은 층이 모여 있는 장소로 직접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국민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홍대입구 인근에 청년층 고객을 위한 공연·강연, 전시, 카페 등 다용도 복합문화 공간인 ‘KB락스타 청춘마루’를 연말에 오픈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저출산 영향으로 20대 미만 고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이들을 잡지 못하면 앞으로 5~10년 후 시차를 두고 은행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은행들이 유스 고객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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