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日-EU EPA 합의 눈앞]日·유럽 車관세 7년내 폐지..."韓 FTA선점효과 타격"

전세계 GDP30% '메가경제권' 탄생

교역 품목 95% 관세철폐 합의

아베 유럽 방문때 타결 전망

양측 수출입 큰 폭으로 늘 듯

"日 GDP 0,23% EU GDP 0.1% 증가"





일본과 유럽연합(EU)이 경제연대협정(EPA)을 맺고 하나의 경제권으로 거듭난다.


이로써 일본과 EU는 지난 2013년 관련 논의를 시작한 지 4년여 만에 경제 규모는 물론 교역량에서도 전 세계의 30%를 차지하는 ‘초메가 경제권’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과 EU가 최대 쟁점이었던 자동차와 치즈에 대한 관세 부과 기준에 합의해 극적 협상 타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만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장관은 “중요 논점에 대해 양측 관료들이 해결점 찾아 큰 틀에서의 합의를 확인했다”며 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협정 공식 타결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일본 측 서명 시점은 오는 8월께로 점쳐지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산 자동차의 경우 최대 10%까지 부과되던 EU의 관세가 7년 내 사라지게 된다. 관세 철폐 유예기간을 두고 일본은 5년, EU는 10년을 내세웠지만 7년으로 최종 합의한 것이다. 또한 EU는 일본산 자동차 부품에 부과했던 관세(최대 4%)도 전체의 92%에 달하는 품목에 대해 발효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협정에서 일본은 농산품 분야에서 한발 양보했다. EU가 시장개방을 강력히 요구했던 치즈는 일본이 카망베르·모차렐라 등 소프트 치즈 제품군을 연간 3만~5만톤 범위 내에서 저관세(현행 29%)로 들여오고 향후 15년간 관세를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가닥을 잡았다. 유럽산 와인과 파스타·초콜릿에 대한 관세도 대폭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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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양측은 교역 품목 가운데 95% 이상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고 일부 품목의 경우 유예기간을 적용하는 데 의견 일치를 이뤘다. 다만 이번 EPA는 투자와 인적자원 이동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경제공동체를 목표로 삼고 있어 투자자국가분쟁 해결 등의 항목에서 추후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0635A11 일·EU EPA의 파급 범위


관세 문턱이 낮아지며 양측이 누릴 경제적 이득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연구소 베르텔스만슈티프퉁은 협정 발효 시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2014년 대비 0.23% 증가하고 EU의 GDP 역시 0.1%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U는 치즈를 비롯한 농산품과 가공음식·화학제품·의료장비의 수출이, 일본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분야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양국의 교역 규모는 수출입을 합쳐 16조6,000억엔(약 168조5,481억원 )에 이른다.

일본과 EU가 서로 조금씩 물러나 타결을 눈앞에 둔 것은 역설적이게도 ‘나라 밖 사정’ 때문이다. 지난해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Brexit) 결정에 이어 올해 초 자유무역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 주효했다. 일본 정부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추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우선 타결 대상으로 점찍고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트럼프의 TPP 폐기 행정명령 이후 협정은 사실상 무효화됐다. EU 역시 미국과 협상 중이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추진이 어려워지고 브렉시트의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일본과의 EPA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한편 일·EU EPA가 발효되면 그간 EU 시장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선점 효과를 누려왔던 한국 수출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자동차, 선박, 자동차 부품 등에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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