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건물 등 부동산 투자 일색인 해외 대체투자 시장에 신흥국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건설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이 안정적인 중남미 국가나 정부가 국가적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중국의 인프라에 투자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과거 국내 인프라 건설에 호주 맥쿼리금융그룹이 정부의 최소운영수익보장(MRG)을 믿고 투자해 대규모 수익을 거둔 구조와 유사하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금융그룹 계열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은 KDB산업은행과 함께 콜롬비아 민자고속도로 금융주선 입찰에 나섰다. 콜롬비아 정부가 유치하는 외자 4억달러(약 4,444억원) 가운데 일부를 선순위 대출하는 방식이다. 콜롬비아 정부 측에서 최소운영수익을 보장한다.
콜롬비아 현지 건설사가 지은 후 양도해 운영하는 민자고속도로의 대출 기간은 건설 기간을 포함해 최장 8년이다. 특히 콜롬비아 정부가 최소운영수익을 보장하면서 프랑스·일본 등 해외 투자은행들도 입찰에 뛰어들었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를 기점으로 연안을 끼고 횡단하는 도로다. 콜롬비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교통 인프라 4개년 구축 계획 중 하나로 이번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성공할 경우 추가 투자도 가능하다. 국내 건설사 중에는 SK건설이 이번 도로 구간 일부에 대한 시공사 선정 입찰을 추진하고 있다.
콜롬비아는 3대 국제신용평가사가 평가한 국가신용등급이 투자적격에 해당하는 BBB 수준으로 투기 등급(BB)인 브라질보다 높다. 그 밖에 칠레·페루·멕시코 등이 중남미에서 투자적격 등급을 받는 국가에 속한다. 경찰공제회도 올해 칠레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지방정부 철도 및 지하철 등 교통 인프라 건설도 국내 자본이 최근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진핑 정부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하나로 중국 지방정부 내 철도·지하철 등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금 부족으로 외자 유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에 특화한 신생 자산운용사인 대성자산운용은 이 가운데 장시성 내 철도 건설 등에 총 1조6,000억원의 금융주선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미래에셋대우(006800)와 손잡고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를 물색 중이다. 중국 파트너로는 상하이에 기반을 둔 화신그룹과 손잡았다. 국내의 기관투자가가 5년 만기로 대출하면 현지에 화신그룹이 대주주인 펀드를 조성하고 장시성 내 철도 그룹에 지분투자하는 방식이다. 화신그룹은 대출 형식을 빌려 투자한 지분을 되사주는 풋옵션 조항을 통해 원리금을 보장하는 구조다. 달러 투자금과 원화 간 헤지는 화신그룹을 통해 중국공상은행에서 위안화 수요자를 찾아 계약을 맺는 형식을 취했다. 국내 금융기관도 중국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규엽 대성자산운용 대표는 “선진국 해외 부동산 투자는 몇 년간 안정적인 임대수익은 받을 수 있지만 매각 시 급격한 가격 변동이나 환율 문제로 위험할 수 있다”면서 “오히려 신흥국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 중에서 한국의 우수한 금융기법을 통해 위험은 낮추고 수익을 높일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세원·유주희·박시진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