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글로벌 IB시장서 훌쩍 큰 시중은행

우리銀, 체코공장 신축자금 주선

KB금융도 美 발전소 PF 성공

시중은행이 증권사와 산업은행의 ‘그들만의 리그’로 통했던 글로벌 투자금융(IB) 시장에 도전해 잇단 승전고를 울리고 있다. ‘제로섬’ 시장이 된 국내 영업환경 속에서 은행들이 최근 금융업의 화두인 글로벌과 자본시장의 접점인 해외 IB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것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넥센타이어의 체코 공장 신축 자금으로 3억유로(약 3,890억원) 대출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시중은행이 해외에서 금융주선을 맡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우리은행이 대표금융주선을 맡았으며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수출입은행이 공동주선 기관으로 참여했다. 대출만기는 10년이고 3년 거치 7년 분할상환 조건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번 딜은 은행의 경우 해외 네트워크를 이용해 증권사보다 외화 조달이 유리하다는 점을 내세워 성과를 내게 됐다”면서 “해외 IB 시장은 수익성을 고민하는 은행들의 새로운 수익창출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3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주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에티하드항공의 항공기금융에 UAE 현지은행 1곳과 함께 참여하는 것을 확정하기도 했다. 에티하드항공사가 신규 구입하는 6대의 중고 여객항공기를 담보로 총 7,000만달러(약 836억원)를 4년 6개월 만기로 대출해주는 형식이다. 우리은행은 이외에도 올 4월과 3월 각각 3,250만달러(약 375억원) 규모 호주 시드니 M4고속도로, 2,500만달러(약 287억원)의 미국 CPV 복합화력발전사업을 주선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KB금융그룹은 지난해 11월 글로벌 은행들과 공동으로 약 7,500억원 규모의 미국 발전소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주선하는 데 성공했다. 이 중 국민은행이 주선한 대출금액은 총 2억달러로, 5000만달러는 KB국민은행이 직접 투자했다. IBK기업은행 역시 총 사업비 15억달러(약 1조7,200억원) 규모의 미국 뉴욕주 크리켓밸리 가스복합 화력발전소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공동주선하기도 했다.

국내 은행들이 한때 증권사와 산업은행의 전유물로 통했던 해외 IB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해외 IB 딜의 경우 대출금리 외에도 추가로 주선 수수료까지 벌 수 있어 ‘일거양득’ 시장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대출금리 역시 리보(Libor)금리에 3.25%를 더한 연 4~5% 수준에서 설정돼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데다 주선자로 참여하면 투자금액의 0.5~1%를 수수료로 벌 수 있다.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투자금액이 조 단위에 이르는데다 참여한 PF 만기 역시 최장 10년에 이르는 등 장기 프로젝트라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유럽에 진출한 글로벌 은행들이 단기 여신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이면서 예전보다 아시아 은행들에 대한 기회가 넓어진 것 역시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보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