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청와대 위에 연대'

文 정부, 시민단체 출신 대거 등용

정부 출범 후 진보단체 소리 커져

간섭 지나치면 정책 왜곡될 수도

과도한 개입·반쪽 소통 경계해야



#. 지난달 13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후보자를 “여성문제·양성평등, 노동정의 실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불평등과 격차 해소를 위해 꾸준히 활동해온 시민운동가”라고 소개했다. 정 후보자는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참여연대 공동대표, 역사교육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참여연대 공동대표 시절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에 앞장서기도 했다.

정 후보자를 비롯한 시민단체 출신들이 새 정부 청와대와 내각의 요직에 속속 기용되고 있다. 청와대의 경우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이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은 경실련 출신이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조국 민정수석도 참여연대에서 재벌개혁과 검찰개혁 운동을 하며 명성을 쌓았다.

내각에서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에서 일했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지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환경단체 출신,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도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지냈을 정도로 시민단체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대거 중용됐다. 새 정부 1기 청와대·내각 구성이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차관급 이상 인사 중 12명이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항간에 ‘청와대 위에 연대(連帶)’라는 말이 회자되는 까닭이다.


#. 이달 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중앙집행위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집행위원들은 “새 정부 출범 55일째, 전교조 농성 36일째인데 전교조 탄압은 멈춰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을 사수하고자 전임을 신청했던 교사 3명이 징계위원회에 불려갔다”며 14일까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는 3,000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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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과 함께 진보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집회와 기자회견이 열린다. 지난 5월22일 하루에만 시민단체들이 주관한 집회·기자회견만 20건이 넘었을 정도다. 요구사항은 각양각색이다. 검찰개혁부터 공공임대주택 확충,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1일에는 참여연대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문재인 정부와 20대 국회가 함께 추진해야 할 입법·정책 개혁과제’ 90개를 발표했다. 진보단체들이 목청을 높이는 것은 청와대·내각에 뜻이 통하는 ‘동지’가 많이 입성한 것과 맥이 닿아 있지 싶다.

시민단체가 정책을 제안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려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지난 9년의 보수 정권하에서 진보단체의 목소리가 억눌렸던 점을 생각하면 이해할 만하다. 이전과 다른 시각이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문제는 도를 넘은 개입과 쏠림이다. 새 정부 들어 시민단체들이 마치 정책 결정자인 양 행세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참여연대는 특정인을 공직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하고 전교조가 법적 노조가 아니라는 고용노동부의 통보처분을 철회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정부 탄생에 기여했으니 ‘내 몫을 내놓으라’는 보상심리가 엿보인다.

이처럼 시민단체가 정책 결정에 과도하게 끼어들려고 하면 정책 방향이 왜곡될 수 있다. 특히 한쪽으로 치우친 목소리만 커지면 더욱 그렇다. 박근혜 정부가 불행하게 끝난 것도 반대편 견해에는 귀 닫은 채 보수단체의 주장만 듣다가 불통을 자초한 게 한몫했다. 새 정부 초기에 벌써 비슷한 그림자가 어른거려 우려된다. 경영자총협회가 비정규직 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자 참모진도 모자라 대통령까지 나서 경고한 게 대표적이다. 이런 일이 하나둘 쌓이면 누구도 청와대가 듣기 싫어하는 의견을 내기 힘들 것이다. 그 다음에는 코드 맞는 정부와 시민단체의 반쪽짜리 소통만 남는다. 이것은 정부에도 국민에도 모두 불행한 일이다. /shim@sedaily.com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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