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쉽지 않은 ‘지방분권’ 가는 길

최수문 사회부 차장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총론은 합의됐지만 각론에서 문제가 발생해 결론 도출을 방해한다는 것이 대략적인 의미다. 최근 유행을 타고 있는 ‘지방분권’ 논의가 바로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물론 지방분권은 수단일 뿐 목표는 균형발전이다. 이런 지방분권·균형발전이라는 총론 안에 심각한 모순이 숨어 있는 것이 문제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4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새 정부에서 추진할 행자부의 주요정책 대강을 공개했다. 지방분권과 관련해 김부겸 행자부 장관은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방분권 강화 및 균형발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공약집 129쪽)에도 들어 있다.


실현 여부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행자부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그동안 중앙에 집중된 권한과 사무를 자치단체에 과감히 이양하고 풀뿌리 주민자치의 기반도 강화하겠다”며 “또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재정 균형 장치를 마련해 지역 간의 재정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이다. 해당 지방에 필요한 규정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스스로 만들고 또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재정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을 먼저 이야기하면 지방분권을 주장하는 지자체들은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현행 8대2에서 6대4나 5대5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즉 중앙정부의 눈치를 안 보고 지자체가 쓸 수 있는 돈을 늘리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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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쪽에서는 지자체별로 크게 차이 나는 경제 상태를 이유로 반대한다. 서울 등 수도권처럼 충분한 경제력이 있는 곳과 달리 많은 지자체가 세금(지방세)을 걷을 여력이 안 된다. 이들은 국고보조로 겨우 재정을 꾸리고 있다. 국세·지방세 비율을 지방세에 유리하게 바꾸면 결국 국고에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궁핍한 지자체에 지원할 국고보조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재정 독립이 안 되면 이들의 자치입법권도 무용지물이다. 이 때문에 지방분권에는 당연히 균형발전이 필요하다. 지방의 경제력이 비슷하거나 어쨌든 먹고살 만해야 분권, 즉 권한 행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균형발전을 앞세우면 오히려 중앙정부의 힘이 세진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다수의 지자체를 중앙정부가 도와줘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도움을 주는 측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지방분권을 하자면서 행자부 등 중앙정부의 권한이 커지는 것은 아이러니다.

말은 많지만 실제로 ‘지방분권’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수도권 외 지방의 경제력이 스스로 높아져야 한다. 강제를 동원해 수도권의 경제력을 분산시킨 대표적 사례가 세종시 ‘행정수도’와 지방 ‘혁신도시’인데 이것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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