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다음 목표는 자동차가 될까?’
음성 엔진 비서를 장착한 스피커로 집 안으로 속속 들어간 AI가 다음 목표물로 자동차를 겨냥하고 있다. 바쁜 현대인이 집에 이어 혼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자동차라는 사실을 고려한 전략이다. 이에 따라 AI 엔진을 개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와 자동차 제조사 간의 ‘합종연횡’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은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와의 협업을 통해 AI 엔진 ‘클로바’를 탑재한 차량 서비스를 내년 중 일본에서 선보이기로 했다. 예컨대 운전자가 차량 안에서 라인의 메시지를 받으면 AI 엔진 ‘클로바’가 들려주는 음성으로 메시지 내용을 듣고 말로 답장도 할 수 있다. 라인과 도요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차량이 갑자기 멈추거나 속도를 높일 때는 메시지 읽는 것을 멈추고 운전에 집중하게 하는 등 안전성을 높이기로 했다.
또한 라인은 차량 내부의 모니터와 마이크·스피커 등을 스마트폰과 연결하는 시스템인 ‘스마트 디바이스 링크(SDL)’를 도요타와 공동으로 개발한다. ‘클로바’가 담긴 스마트폰만 있으면 음량을 올리거나 낮추는 등 차량의 기기를 목소리로 조작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카카오(035720) 역시 AI 서비스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카오는 안내 서비스인 ‘카카오내비’를 음성 명령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특정 자동차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AI 서비스를 확대할지, 별도의 기기를 만들어 모든 차량에 들어가도록 할지 방향성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AI를 실은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카카오톡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자동차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가장 원한다고 답했다.
KT는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와 손을 잡기로 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1차적으로는 KT의 5세대(5G) 통신망을 테슬라 전기차에 깔아주는 방식이지만 자사의 AI 엔진 ‘기가지니’를 탑재해 음악 재생 명령을 음성으로 내리고 운전 시 필요한 맞춤형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이르면 내년 초 AI 스피커를 내놓을 예정인 삼성전자의 행보도 심상찮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자동차 전자장치 제조사인 하만카돈을 인수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자동차에 자사의 AI 엔진 ‘빅스비’를 넣어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그동안 가정용 AI 스피커 개발에 집중했던 정보기술(IT) 업체가 자동차로 눈을 돌리는 것은 차량 내부에서 음성 명령 활용도가 훨씬 높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병학 카카오 AI 부문장은 “집에서 쉴 때와 달리 자동차에서 운전 시 안전 문제로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차이”라며 “운전자가 손으로 하기 힘든 메시지 전송이나 내비게이션 조작 등을 음성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AI 관련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가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IT 업체는 일찌감치 자동차 제조사와 손을 잡고 AI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가정용 AI 스피커 시장 1위 업체인 아마존은 미국 포드와 손잡고 음성 명령으로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직접 개발하는 자율주행차에 AI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