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용 돌잔치가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돌잔치에 소요되는 시간은 보통 2~3시간. 돌잔치 인기 장소의 경우 500만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작은 돌잔치를 원했어도 막상 닥치면 ‘한 번뿐’인데 하는 마음에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자녀가 1명일 경우에는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은 돌잔치 욕심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작은 돌잔치를 가로막는 것들=서울경제신문이 최근 돌잔치를 한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예비 엄마 때까지만 해도 ‘작은 돌잔치’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막상 일이 닥치면 돌잔치 규모는 점점 늘어난다고 한다.
이유에 대해 엄마들은 ‘아이들을 위해 추억을 남겨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이가 많은 사람의 축복을 받으며 첫 생일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것. 또 아이를 낳고 1년 동안 육아를 하느라 고생한 ‘나’도 축하를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인터뷰한 엄마들 모두가 갖고 있었다. 나와 아이를 위해 ‘딱 한 번’ 쓴다고 생각하니 점점 욕심이 커지고 비용도 불어나는 것이다.
업체들의 상술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 30명 정도의 규모를 생각하고 돌잔치 전문점을 찾은 엄마들에게 돌잔치 전문점들은 최소 60~70명의 보증 인원을 제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최소 인원을 맞추기 위해 엄마들은 이 인원보다 조금 더 많이 초대장을 돌리게 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80~90명을 넘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업체들이 장소와 함께 끼워 파는 패키지 상품의 구성도 소비자가 크게 손을 댈 수 없었다.
삼청각에서 돌잔치를 치른 박씨는 “아이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돌상인데 이 돌상을 제휴 업체에서만 대여하라고 강요했다. 타 업체에서 돌상을 반입할 경우 소위 ‘돌상 반입비’로 22만원이나 요구해 지배인과 몇 번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박씨는 온라인 신문고에도 민원은 제기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업체가 미리 공지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만 받았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도 당초 계획보다 돌잔치가 더 커지게 한다. ‘누가 어디서 했대’라는 소문을 의식하는 순간 엄마들의 욕심은 점점 커진다. 이에 따라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인 돌잔치 전문점은 1인당 식대가 3만원선이지만 특급호텔에서 돌잔치를 할 경우 20만원에 육박한다.
◇작은 돌잔치 해보니…“작게 하길 잘했다”=상대적으로 작은 돌잔치를 한 부부들의 경우 돌잔치가 끝나고 만족했다. 지난 8월 호텔의 고급 중식당에서 80만원으로 첫 아이 돌잔치를 치른 김모(35)씨도 “실속 있고 의미 있게 돌잔치를 치른 것 같아서 너무 만족한다”고 했다.
김씨는 직계가족 11명만 초대하고 정말 필요한 것들만 챙겼다. 돌상은 30만원을 들여 외부에서 반입했고 스냅(사진 촬영)은 대학생 사진가를 불러 20만원에 해결했다. 나머지는 식대로 지출했다. 의상을 따로 대여하거나 구매하지는 않았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오모씨도 100만원 조금 안되는 비용으로 첫 아이의 돌잔치를 집 근처 토다이에서 치렀다. 중간중간 ‘더 맛있게, 더 예쁘게’ 하고 싶다는 욕심도 들었지만 정말 필요한 것만 해서 친인척과 가장 친한 친구들까지 50명 정도의 중소 규모로 돌잔치를 치렀다.
오씨는 “나중에 아이에게 보여줄 추억이 생긴 것 같아서 기쁘다”며 “하고 나니 ‘허례허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최대한 작게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첫 아이의 돌잔치 비용으로 100만원 미만을 쓰는 부모는 전체 부모의 10%에 불과하다.
전혜정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작은 결혼식이 유행하면서 돌잔치에도 비슷한 의식이 확산됐지만 실제로 실행에 이르기까지는 아직도 사회에 장애물이 많다”며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가족, 내 아이에게 의미 있는 돌잔치가 정말 멋있는 돌잔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사회 지도층이나 연예인 등 공인들이 작은 결혼식에 이어 작은 돌잔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사회의식 개선을 위한 한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