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잠정 실적 발표로 2·4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됐지만 개인투자자들의 고민은 깊다. 2·4분기 역시 삼성전자를 비롯한 정보기술(IT)주 등이 어닝시즌을 이끌어가겠지만 쉽게 추격 매수를 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증시 격언에서는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고 하지만 자칫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면 실망 매물에 주가가 급락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어닝시즌에 시장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중소형주 가운데 최대의 실적이 예상되는 종목을 미리 산 뒤 보유하는 틈새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1·4분기 실적이 좋았던 중소형주들은 2·4분기에도 좋은 주가 흐름을 보였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7일 삼성전자의 분기 역대 최대(14조원) 영업이익 달성 소식에도 하락 마감했다. 실적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주가에 이미 반영된 삼성전자의 실적보다 앞으로 발표될 다른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 폭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박경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코스피가 역사적 신고가 경신을 이어갈지 조정 국면에 들어설지는 어닝시즌 초반이어서 판단하기 이르다”면서도 “지난 7개월 연속 상승한 대형주는 이미 과열권에 진입했기 때문에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주가 하락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실적을 내놓더라도 이미 주가가 많이 올라 상승 폭에 제약이 있는 대형주보다 가격 부담이 덜한 중소형주 가운데 실적 개선이 돋보이는 종목을 공략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유리하다는 얘기다. 7월 중 공정공시로 잠정실적을 발표하는 코스피 상장사들과 달리 코스닥 상장사들은 반기 말 보고서 제출 시한인 8월 중순에 실적 발표가 몰린다.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투증권이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중소형주 가운데 1·4분기 매출액·영업이익·순이익 등의 세 가지 수익성 지표가 큰 폭으로 상승한 28개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2·4분기 내내 주가가 꾸준히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2016년 말 28개 종목의 평균주가를 100으로 가정했을 때 1·4분기 종료 시점인 3월 말 주가는 100.45로 큰 변동이 없었지만 2·4분기가 시작된 4월 말 109.01로 상승했고 5월 말 120.16, 6월말 129.34 등으로 상승 폭이 커졌다. 이들 종목의 주가 상승률은 6월 말 기준 코스피 상승률을 11.31%포인트, 코스닥 상승률을 12.31%포인트 웃돌았다. 박 연구원은 “시장에서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소형주는 투자 판단을 내릴 때 실적이 중요한 판단 지표가 된다”며 “7월 중 증시 조정을 우려한 투자자들이라면 2·4분기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이 예상되는 중소형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좋은 대응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투증권에 따르면 시가총액이 1조원 미만인 중소형주 가운데 올 2·4분기 실적(매출액·영업이익)이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총 18개다. 휠라코리아(081660)는 중국 사업부의 호조와 국내 소비 개선을 바탕으로 2·4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255.5%, 영업이익은 301.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 부품업체 아모텍(052710)은 스마트폰의 무선 충전 기능 채택 증가의 수혜로 영업이익이 85.5% 늘 것으로 전망된다. 원익QnC(074600)·테스나(131970)·비아트론(141000) 등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증설과 중국 매출 확대로 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아세아시멘트(183190)·유진기업(023410) 등도 밸류에이션 매력이 돋보인다. 실적 안정성이 두드러진 이크레더블(092130)·한국전자금융(063570)·NICE평가정보(030190) 등도 2·4분기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