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이 갈수록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금호산업과의 상표권 분쟁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금호타이어 경영평가에 대해 금호타이어 측이 “꼼수 평가에 대해 법적 소송을 강구하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 ‘매각 원점 검토’ 주장이 커지고 있는데다 경영평가를 두고 산은과 금호 측 간 갈등이 소송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7일 채권단이 주주협의회를 열고 통보한 경영평가 ‘D 등급’에 대해 특별한 목적하에 이뤄진 부당한 결정으로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한다고 10일 밝혔다. 이한섭 금호타이어 사장은 “산업은행의 금호타이어에 대한 인위적인 경영평가 점수는 금호타이어 경영진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면서 “등급 재조정을 위한 이의제기는 물론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가 산은의 경영평가에 강력 반발하는 이유는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 경영평가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채권단은 70점 만점의 계량평가에서 59.2점, 30점 만점의 정성평가에서 10.6점을 매겨 금호타이어의 2016년 경영평가 점수를 69.8점(D등급)으로 확정했다.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금호타이어에 대해 채권단은 경영진 해임 권한을 갖게 됐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경영계획 달성도를 고려하면 정성평가 점수는 최소한 2015년 점수인 18.1점 이상이 돼야 한다”면서 “계량평가를 손댈 수 없는 상황에서 정성평가 점수를 깎아 억지로 총점을 70점 미만으로 낮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반대하며 상표권 분쟁 등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에 대한 괘씸죄가 정성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해임권을 손에 쥐고 박 회장을 압박하려는 게 산은의 포석이라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 측이 상표권 논쟁에 대한 최종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산은이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인 박 회장에 대한 해임 권한을 확보한 셈”이라면서 “당장 상표권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매각 작업을 마무리하려는 산은과 새 주인이 되려는 더블스타 입장에서는 현 경영진이 부담스러운 만큼 경영진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산은 측은 매각 작업과 이번 경영평가는 별개라고 반박했다. 산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영평가는 산은이 독자적으로 한 게 아니라 모든 채권단이 주주협의회를 열고 의견을 취합해 결정한 사안”이라며 “정성평가 부분 역시 업계 전반의 경영환경과 타사의 실적 등을 비교해 평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