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펀드 수수료 손본다더니...넉달째 시늉만 한 금감원

불합리한 관행 개선 발표 이후

의견수렴도 제대로 안 이뤄져

일부 "생색내기용 정책" 지적

금감원 "인식 환기 차원 추진"





금융감독원이 불합리한 펀드 보수·수수료 관행을 손보겠다고 발표해놓고 4개월 가까이 ‘빈손’이다. 매년 대대적으로 나서는 캠페인의 일환이던 것치고는 허탈한 성적표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애초부터 불가능한 과제를 정해 생색만 낸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 3월 ‘국민 체감 20대 금융 관행 개선 계획’의 일환으로 펀드 보수·수수료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펀드 특성과 무관한 천편일률적인 보수·수수료 대신 차별적인 체계를 마련한다는 내용이었다. 단기 투자 펀드에도 과도한 선취 판매수수료를 부과하는 사례가 우선 과제로 꼽혔다. 가령 자산운용사나 증권사들이 펀드 특성상 단기로 투자되는 레버리지 펀드나 5∼10년간 투자되는 장기 펀드에 똑같은 선취 판매수수료를 매기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금감원 측은 “당장 증권·운용 업계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발표 이후 지금까지 개선 작업 진행은커녕 의견 수렴조차 미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발표 이후) 금감원에서 펀드 보수·수수료 체계를 조사해갔지만 이후 별다른 피드백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금감원이 업계 직원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는데 예전(올해 3월)에 발표했던 내용을 금감원 측이 얘기하고 업계는 의견 전달하는 수준으로 끝났다”며 “발표하고 한참 지나서 이런 간담회를 열어서 약간 의아했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보수·수수료 체계 손질은 시작도 못했다. 업계와 당국의 중간 역할을 하는 금투협의 한 관계자는 “보수·수수료 체계 개선은 정답이 없는 문제라 중지를 모으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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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전반적인 체계를 고친다는 의미보다는 당국이 계속 개선 인식을 환기하자는 차원이었다”고 한발 물러섰다. 과도한 선취 판매수수료 개선은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지만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2015년 처음으로 시작된 ‘20대 금융 관행 개선 계획’에도 ‘투자자의 불신을 초래하는 펀드 시장의 불법·불합리한 관행을 전면 점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15년 처음 시작된 20대 금융 관행 개선 계획은 은행과 보험·금융투자 각 분야에서 개선사항을 선정해 고친다는 캠페인으로 금감원은 2015년 “앞으로 1~2년 동안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생색 내기용’으로 발표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보수와 수수료는 가격에 해당하므로 외국에서도 업계의 자율을 인정하는 추세”라며 “과도한 수수료를 바로잡는 것은 맞지만 제도나 정책적 접근은 설령 하더라도 종합적으로 정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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