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유영민 미래부 장관, 약정할인율로 통신비 인하 첫 발 떼나

내달 할인율 25%로 인상 추진

기존 가입자 소급적용은 미지수

이통사 배임 우려 행정소송 준비

실제 고객 혜택 1년 이상 걸릴 듯

보편 요금제는 法 국회 통과 관건

1216A14 미래부 16판




미래창조과학부가 약정할인율 인상을 시작으로 통신비 인하에 본격 속도를 낸다. 지난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 보고를 통해 통신비 인하의 큰 윤곽이 갖춰진 만큼 유영민(사진) 장관 취임에 발맞춰 세부안 추진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미래부는 또 연구·개발(R&D) 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4차 산업혁명 주무부서로서의 제 몫도 다 할 방침이다.


유 장관은 11일 경기도 과천시 미래부 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본격 업무에 착수했다. 취임사에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더욱 튼튼히 하기 위해 창의적·도전적 연구환경 조성을 제1의 정책 과제로 추진하겠다”며 “모든 국민이 초연결 시대에 고품질 방송·통신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통신요금 부담도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이 강조한 것처럼 미래부의 가장 큰 현안은 통신비 인하다. 유 장관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신비 인하는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고 이번 정부의 가장 큰 약속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부터 빨리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첫걸음은 약정할인율 25% 인상이다. 미래부는 장관 고시 개정을 통해 약정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다음 달쯤 이통사에 통보할 예정이다. 미래부는 이통사 전산 작업 등을 고려해 몇 주간의 시간을 준 뒤 25%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기존 약정할인 가입자에 대한 소급적용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해당 약관을 검토한 후 혜택이 고루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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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통사들의 반발이 큰 변수다. 이통사는 미래부가 고시 개정을 통보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법인 김앤장에 관련 고시의 해석을 의뢰한 상태로 “별도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주주들에게 배임 혐의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행정소송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행정소송이 시작되면 정부가 승소한다 해도 실제 약정할인율이 높아지는 데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유 장관 체제의 미래부가 가장 기대하는 통신비 인하 대책은 보편 요금제 신설이다. 월 2만원에 1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통해 의무 출시하는 것이 골자다. 보편 요금제에 담길 음성통화량과 데이터 제공량 등은 소비자 단체 등이 두루 참여하는 통신비심의협의체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 협의체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산하의 소위원회나 미래부 산하에 두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대략적 윤곽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보편 요금제가 새로 나오면 기존 요금제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 요금인하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보편요금제 기준을 매년 고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본료 폐지보다 효과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관련법의 국회 통과 여부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정부가 데이터·음성·문자 등의 사용량을 기초로 요금 기준을 고시하고 이통사가 이에 걸맞은 요금제를 하나 이상 출시하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이통사들은 “정부가 민간 사업자의 요금 결정권에 관여하는 것은 기업 경영권 침해”라며 “위헌적 요소가 있는 만큼 국회 문턱을 넘기 힘들다”고 말한다. 반면 보편적 요금제는 기본료 폐지 방안 대비 법리적으로 단순하고 통신복지 강화라는 큰 흐름에 야당도 동의한다는 점에서 국회 통과가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래부가 기초과학기술 총괄 업무를 맡았다는 점에서 R&D 부문 효율 강화와 4차 산업혁명의 밑그림 그리기도 숙제다. 정부는 미래부 내에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신설, 과학기술 정책을 전담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R&D 예산 조정권을 가진 기획재정부와의 협업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4차 산업혁명의 유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과의 업무 조율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유 장관이 관료가 아닌 LG CNS 부사장을 역임한 대기업 출신이라는 점과 지난해 총선 당시 부산 해운대구에 출마한 것 외에는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조직 장악력이 약할 것이라는 우려 도 해소해야 한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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