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차원에서 대규모 영업점 폐쇄를 추진해온 한국씨티은행이 정치권과 노조의 압박에 못 이겨 결국 계획했던 일부 영업점 폐쇄 계획을 철회했다. 씨티은행은 당초 오는 10월 말까지 133개 전체 영업점 중 101개를 폐쇄하기로 했지만 90개만 폐쇄하기로 한발 물러난 것이다.
11일 씨티은행에 따르면 노사 양측은 이날 임금 및 단체협상을 열고 점포 폐쇄 대상을 101개에서 90개로 축소하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폐쇄 철회 지역은 제주·경남·울산·충북 등 시도에 영업점이 하나밖에 없어 폐점 시 고객 불편이 크게 예상되는 지역 위주로 선정됐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그동안 “영업창구를 통해 거래되는 비중은 전체 5%밖에 안되는데 40%의 직원이 배치돼 있다”며 “지점을 줄여 직원들을 빅센터로 통합해 고객을 위한 프라이빗뱅크(PB)에 역량을 집중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본지 7월5일자 1·5면 참조
하지만 사실상의 감원이라며 노조가 반발해온데다 정치권과 금융감독당국까지 개입하면서 현장점검을 강화하자 결국 한발 물러난 것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용진·이용득 의원 등은 국회에서 씨티은행 점포 폐쇄 반대 기자회견을 여는 등 씨티은행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박 의원은 금융당국이 은행의 점포 폐쇄 계획에 대해 사전에 개입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 발의까지 추진하면서 “은행의 점포정리까지 당국의 허가를 받으라는 것이냐”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더구나 인터넷전문은행 등장과 모바일금융 확산 등으로 오프라인 영업점 점포 이용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압박해 이를 제지하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씨티은행 노사는 이날 임단협을 통해 ‘고용보장 및 강제적 구조조정 금지’ 문구도 명시화했다.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감원 등이 필요할 수 있지만 ‘강제적 구조조정 금지’ 조항 때문에 경영권 침해 논란을 빚을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박 행장은 이날 “점포 폐쇄에 대해 법원은 노조와 사전 합의를 할 의무가 없고 금융의 공공성 위반도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점 폐쇄에 따른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일부 지방 지점을 포함한 총 11개의 영업점을 추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행장은 이어 “점포 통·폐합을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완료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고객의 불편함이 없도록 세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씨티은행 노조는 잠정 합의안을 놓고 13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