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옛 서울메트로) 간부가 2호선 전동차 교체 과정에서 업체에 특혜를 주고서는 그 대가로 이 업체 자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팔라고 요구하고 조카 취업까지 청탁한 사실이 감사원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11일 감사원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교통공사 조모(57) 처장에 대해 해임을, 직원 2명에 대해서는 정직 처분을 요구했다. 조씨 등이 2,100억원 규모의 2호선 전동차 제작을 수주한 A사와 ‘유착’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는 노후한 지하철 2호선 열차 200량을 교체하기 위해 2015년 2월 입찰 공고를 냈고 같은 해 3월 말 A사가 따냈다. 당시 조씨는 전동차 구매업무를 주관하는 차량처장이었다. 조사 결과 조씨는 A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참여한 업체 대표와 입찰 전인 2014년부터 꾸준히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입찰 당시 A사는 경영난으로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어 단독 입찰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 회사가 제작해 납품한 7호선 전동차(48량)는 다른 전동차보다 고장이 잦아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었다.
입찰이 끝난 뒤 조씨는 A사에 자신의 조카가 입사 가능한지를 물었다. 얼마 후 A사가 ‘경력직’ 채용 공고를 내자 관련 근무 경력이 전혀 없는 조카의 입사 응시 원서를 제출했다. 조씨 조카는 면접에서 “서울메트로에 근무하는 조모씨가 고모부다”라는 답변을 하고서 채용돼 지금까지 2년간 일하고 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조씨는 A사 자회사가 암 치료기기 등 의료기기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비상장 주식을 사게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후 조씨 처남은 비상장 주식 10만주를 시세보다 저렴한 액면가 500원에 사들였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 구의역 김군 사고 이후 경찰이 ‘메피아(서울메트로와 마피아의 합성어)’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2호선 전동차 발주 비리’ 혐의를 포착하자 전동차 구매 과정이 타당했는지 따져보는 조사에 착수했다.
한편 감사원 조사와는 별도로 경찰은 지난 4월 조씨를 포함한 서울메트로 직원, A사 임직원 등 발주 비리 관련 인물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