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봉준호 "옥자 외적 부분 이슈되니 스포일러는 없어 좋네요"

논란의 중심에서 롱런 들어간 '옥자' 봉준호 감독

육식 반대하는 것은 아냐

공장식 축산 꼬집고 싶었다



‘옥자’는 태어나기 전부터 화제의 대상이었다.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56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봉준호(사진) 감독에게 전권을 줘 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지난 5월에는 프랑스 극장배급 사업자들의 반발 탓에 논란이 컸고, 지난달 29일 국내 개봉 때도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보이콧으로 난관이 있었다. 그런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옥자’는 12일 현재까지 22만7,500여명의 누적관객을 동원하며 장기 개봉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옥자’를 만들고, 그로 인한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봉준호 감독을 만났다.

“영화 외적인 부분이 계속 이슈가 되다 보니 정작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는 없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최근 몇 개월 동안 ‘옥자 논란’에 시달린 봉 감독이지만 논란이 만들어낸 나름의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설명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어 “솔직히 칸 영화제가 이슈를 키운 측면이 크다”며 “기본적으로 영화제는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그 역할을 했었고, 이번에는 스트리밍이 그 역할을 대신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옥자’를 통해서 제기하고 싶었던 문제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었다고 했다. “촬영 전 콜로라도 도살장에 가서 동물을 분해하는 과정을 보고 놀랐어요. 돼지는 정말 한 부위도 빠짐없이 모두 식재료로 써요. 피까지 싹 다 긁어 모아서 동물 사료로 쓴대요. 이런 과정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싶었고, 지금의 공장식 생산 시스템은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줘서 독소를 누적시키기도 하는 점 등을 알리고 싶었죠.” 먹는 것은 너무 중요하고 일상적인데 의외로 우리는 우리가 매일 먹는 것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 잘 모르며 그 이면에는 상당히 어두운 면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육식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집에서 반려견을 옆에 두고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하잖아요. 영화 속 미자도 옥자를 너무 사랑하지만 삼계탕을 먹잖아요. 우리는 종종 반려동물과 식용 가축을 분리하는데 ‘옥자’는 이 둘을 불편하게 합쳐 놓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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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와 하마를 섞었다는 새로운 생명체인 옥자의 외모뿐만 아니라 컴퓨터그래픽(CG)에 대한 궁금증도 상당했다. 특히 ‘라이프 오브 파이’로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에릭 얀 드 보어 감독이 옥자의 시각효과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라이프 오브 파이’의 호랑이를 작업한 보어 감독을 만났는데 30초 만에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 24시간 동물만 생각하는 ‘미친’ 사람이었어요. 말하는 방식이나 ‘옥자’에 대한 이해 속도, 접근 방식, 콘셉트 이해가 뛰어난 사람이었죠. 옥자의 털 하나하나를 정말 섬세하게 만들어내서 감탄했어요. 이뿐만 아니라 도살장 고깃덩이, 도살장 건물, 뉴욕 퍼레이드의 큰 풍선 등 그것도 다 CG인데 그건 다 한국 CG 회사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에서 했고 두 회사가 같이 힘을 합쳐 해야 하는 것도 있었어요.”

‘옥자’로 대변되는 반려동물을 포함한 모든 동물, 그리고 생명에 대해 건네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하지만 봉 감독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장면들은 뭉클한 감동이 있다. 특히 헤어졌던 옥자와 미자의 해후 때 미자가 옥자에게 주려고 미국까지 싸온 홍시를 꺼내는 장면이 그렇다. “자식한테 큰 사고가 나면 내가 왜 그때는 그 좋아하는 걸 못 먹게 했나 하면서 부모님들은 후회하잖아요. 이 같은 마음으로 미자도 홍시를 준비한 거죠. 농축산물은 해외 반입이 안 되는데 그걸 어떻게 어떻게 해서 갖고 가고 그런 거죠.”

사진제공=NEW(160550)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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