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수난의 롯데, 정경유착 족쇄 벗고 '클린 롯데' 속도낸다

[감사원 면세점 감사 발표로 의혹 씻은 롯데그룹]

호텔롯데·롯데쇼핑 대대적 세무조사 등 朴정부서 고초

동정론 업은 신동빈호, 책임·글로벌 경영 힘 받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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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시내면세점 선정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지난 4월 창립 50주년을 맞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준법·책임 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클린 롯데’ 경영전략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대가 시내면세점 재선정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데다 오히려 롯데그룹이 두 차례나 부당하게 면세점 선정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히려 ‘피해자’라는 동정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감사원이 발표한 ‘면세점 사업자 선정 실태’에 따르면 2015년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발급이 결정된 시기는 1월로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시기인 3월보다 2개월여 빨랐다.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면세점 신규 선정을 요구했고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줬다는 검찰의 주장은 시간 순서상 맞지 않는 셈이다.


게다가 롯데그룹은 2015년 두 차례의 면세점 선정 심사에서 관세청이 경쟁사에 과다하게 높은 점수를 주거나 롯데의 점수를 낮추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져야 사실관계가 명백히 밝혀지겠지만 현재로서는 면세점 특허권 재선정과 롯데그룹의 연관성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완전히 혐의를 벗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감사원 결과만을 놓고 봤을 때는 관련 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신 회장에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뇌물이 아닌 강요에 의한 출연이라는 롯데의 주장도 설득력을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사실 롯데그룹은 박근혜 정부 시절 ‘흑역사’라 불릴 만큼 견제를 받아왔다. 면세점 재선정 탈락 외에도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가 1년여에 걸쳐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6월에도 3개월에 걸쳐 압수수색 등 검찰이 신 회장 등 그룹 수뇌부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의 특혜설에 경영권 분쟁 등으로 이미지가 악화된 롯데그룹이 박근혜 정부의 ‘타깃’이 됐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한마디로 박근혜 정부에서 ‘수난의 롯데’였다.


이 때문에 감사원의 이번 발표로 검찰이 제기한 신 회장의 뇌물 혐의가 흔들리면서 롯데그룹이 추진하는 ‘클린 롯데’의 비전도 명분을 얻어 탄력 있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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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지난해 그룹 수뇌부의 비자금 수사 등을 겪은 후 4월 창립 50주년을 맞아 ‘생애주기 가치창조자’라는 새로운 비전을 내세우면서 준법 경영, 책임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강화해왔다. 질적 성장을 통해 미래 50년은 ‘뉴 롯데’로 거듭나겠다는 신 회장의 강력한 선언이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올해 3월 기존 정책본부를 경영혁신실로 재편하는 한편 계열사의 준법경영실태 점검 및 개선, 지원 역할을 하는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신설했다. 민형기 전 헌법재판관을 컴플라이언스위원장으로 영입했으며 이태섭 변호사를 부위원장으로 선임하면서 그룹 컴플라이언스 체계의 기반을 마련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으로 중국 사업이 여전히 어렵기는 하지만 내부 문제가 안정화되면 추진 중인 각종 신사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신 회장은 지난해 검찰 조사로 취소했던 일본 투자설명회를 최근 다시 열어 ‘투자자 안심시키기’에 나섰고, 신 회장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뉴 브릭스(VRICs·베트남, 러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도 어느 정도 정리되는 모습이고 신 회장의 경영활동을 위축시켰던 재판 문제까지 해결된다면 롯데그룹이 홀가분하게 경영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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