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장남 해명하려다 증명한 러 커넥션

'러 e메일' 공개…스모킹건으로 부상

"클린턴 관련 정보 제공할수 있다"

러측 변호사 e메일에 "좋다" 화답

만남 논란 선제대응하려다 자충수

민주 "러 대선개입 입증한 물증"

NYT·WP 등도 "게임체인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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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대선 당시 러시아 정부와 연관된 변호사를 만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e메일을 전격 공개하면서 백악관이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다.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공개한 e메일이 오히려 트럼프 캠프가 대선 당시 러시아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물)’으로 부상하면서 스캔들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주니어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처음 보도한 뉴욕타임스(NYT)를 필두로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주류 언론은 공개된 e메일이 ‘러시아 커넥션’ 특검 수사의 ‘게임체인저(국면전환 카드)’가 될 것으로 지목했으며 야당인 민주당은 한 발 더 나아가 트럼프 주니어의 반역 혐의까지 거론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 측 변호사인 나탈리야 베셀니츠카야와 만난 경위가 담긴 e메일 전부를 공개하면서 “완벽하게 투명하기 위해”라고 이유를 달았다. 자신에 대한 NYT의 추가 폭로를 의식해 선제대응에 나선 셈이다.

공개된 e메일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 측의 업무를 맡아온 베셀니츠카야는 트럼프 주니어를 만나기 위해 트럼프 일가와 친분이 있던 러시아 팝스타인 에민 아갈라로프를 이용했다. 아갈라로프는 자신의 공보담당인 롭 골드스톤에게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하도록 했으며 골드스톤은 트럼프 주니어에게 e메일을 보내 “힐러리와 러시아 간의 더러운 거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게 할 수 있다”며 “이는 고급 정보로 트럼프 후보에 대한 러시아 정부 지원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에 “그 말이 맞는다면 좋다”며 화답했으며 지난해 6월9일 뉴욕 트럼프타워 소재 자신의 사무실에서 폴 매너포트 선거대책본부장과 매제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참석한 가운데 회동할 것을 요청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내통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11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공개한 e메일 내역. /트위터 캡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내통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11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공개한 e메일 내역. /트위터 캡처



트럼프 주니어가 이처럼 민감한 내용을 공개한 것은 대선에서 상대 후보에 관한 문제를 파악하려 한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판단, 러시아 변호사를 만났지만 실제로 얻은 정보가 없었다는 점을 밝혀 논란을 털어내려 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시아 변호사)는 스스로 공표했듯이 정부 관료가 아니었다”면서 “제공할 정보가 없었고, 러시아 아동입양 정책만 얘기하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장남의 e메일 공개와 관련해 “투명성에 갈채를 보낸다”며 적극 엄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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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의도와 달리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언론과 민주당은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정부와 연관된 인사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고의성’과 ‘계획성’이 e메일을 통해 드러났다며 이는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이 확인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주니어가 로버트 뮬러 특검에게 스모킹건을 전달했다”고 평가했으며 WP는 “법적으로도 e메일은 ‘게임체인저’”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커넥션에 대한 의회 조사에서 이렇다 할 물증이 없어 고민하던 민주당도 트럼프 주니어의 e메일이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내통설을 입증할 증거라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였던 팀 케인 상원의원은 이날 “러시아 커넥션은 이제 단순한 사법방해 차원을 넘어섰다”며 “위증과 허위진술, 심지어 반역 혐의로까지 흘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뮬러 특검도 트럼프 주니어의 e메일을 이미 입수해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백악관은 “대통령은 트럼프 주니어로부터 러시아 측 인사 접촉에 대해 들은 바 없다”며 거듭 선을 긋고 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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