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분필 대신 국자 든 선생님들

휘경공고 교사들 조식 거르는 학생들에 식사 챙겨줘

학생-교사간 거리 좁히며 고민상담도 가능 일석이조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이 이른 아침 학교 상담실에서 교사들이 요리해주는 국수와 토스트 등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김정욱기자지난 10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이 이른 아침 학교 상담실에서 교사들이 요리해주는 국수와 토스트 등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김정욱기자


지난 10일 오전7시30분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공업고등학교 상담실. 다른 학교는 아직 등교도 하지 않을 시간이지만 이 학교 상담실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집에서 아침밥을 먹지 못하는 학생들이 상담실을 찾아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 이선경(2학년)양은 “집이 멀어 아침밥을 먹고 나오기 힘든데 이곳에서 아침을 해결할 수 있어 참 좋다”고 말했다.

휘경공고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아침 식사를 챙겨주는 학교로 동대문구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올해 3월부터 매일 오전7시30분부터 8시20분까지 아침을 거르는 학생들에게 선생님들이 직접 아침 식사를 조리해 나눠주고 있다. 제안자는 손혜진 전문 상담 교사. 휘경공고에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아침 식사라도 챙겨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고 다른 교사들도 흔쾌히 동의했다. 휘경공고 학생은 저소득·한부모가정 아이 비율이 다른 학교에 비해 높은 편이다.


녹록하지 않은 학교 재정이지만 추교수 교장도 기꺼이 아침 식재료 비용 지출을 허용했다. 손 교사는 “처음에는 학생 몇 명이 토스트를 먹으러 오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100여명으로 늘었다”며 “10여명의 교사들이 아침마다 식사를 마련하고 있고 메뉴도 토스트뿐 아니라 국수·떡볶이·라면 등으로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생이 아침부터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고 대화는 고민 상담으로 이어진다. 학생과 교사 간 보이지 않는 벽이 조금이나마 허물어진 것이다.

관련기사



차성욱(2학년)군은 “집에서 아침밥을 먹을 수도 있지만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어 매일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무단결석을 밥 먹듯 하던 학생이 아침을 먹기 위해 상담실에 들르다 보니 결석률이 줄어들고 평소 마음의 문을 닫고 외톨이로 지내던 학생도 어느새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박우영 인성상담 교사는 “학교에서 아침 식사 시간을 마련한 후 긍정적으로 변한 학생들이 많다”면서 “교단에서 수업하는 것 이상의 보람과 기쁨이 있다”고 말했다. 추 교장은 “아침 일찍 출근해 식사를 챙겨주는 선생님들이 고맙고 식사를 하러 오는 학생들도 정말 예쁘다”면서 “우리 학생들 중 포기할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김능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