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니 등에 근무했던 미국인이 삼성전자의 신임 북미지역 총괄 대표 겸 최고경영자(CE0) 자리에 올랐다. 과거의 적장이 삼성전자 최대 시장을 공략하는 야전사령관으로 바뀌는 드라마틱한 인사다. 이번 인사를 두고 삼성의 전략적인 ‘트럼프 프렌들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13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팀 백스터 부사장을 북미지역 총괄 CEO로 임명했다. 앞서 북미지역 총괄 CEO였던 이종석 부사장은 지난달 말 핀란드 노키아 계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 세계 10개인 삼성전자의 지역별 총괄 대표에 교포 2세 등을 제외한 순수 외국인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스터 부사장이 삼성전자에 영입된 것은 2006년. 영입 직전에는 북미지역에서 삼성과 치열하게 경합하던 일본 소니의 마케팅부문 수석부사장이었다.
백스터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북미 시장 공략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북미 가전시장에서 디지털TV 등 오디오·비디오(AV) 매출을 2년 만에 50%나 끌어올리면서 업계 1위로 우뚝 섰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입사 3년 만인 2009년 말 전무로 승진한 백스터는 2011년 10월에는 북미 시장에서 ‘TV 월간 판매 100만대’라는 대기록을 세우면서 전 세계 가전 업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듬해 외국인 최초로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지난해에는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한 데 이어 올 들어서는 갤럭시S8 시리즈의 북미시장 선 주문량 사상 최고기록을 갈아치운 공로로 미국법인장에 오른 뒤 이번에 두 달 만에 다시 한 단계 승진했다. 특히 백스터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가전공장 건설과 관련해 현지 당국과의 조율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삼성이 현지인을 통해 전략적으로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 구축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백스터 부사장이 북미총괄 CEO로 임명됨에 따라 구주총괄이었던 엄영훈 부사장이 북미부총괄로 자리를 옮겼으며 김문수 부사장(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이 구주총괄 자리를 이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