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차기 대권 유력주자인 룰라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브라질 정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정치인 부패수사 사건을 전담하는 세르지우 모루 브라질 연방판사가 12일(현지시간) 룰라 전 대통령에게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의 혐의를 적용해 9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룰라 대통령이 브라질 건설사인 OAS가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와 수익성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대신 OAS로부터 상파울루주 과루자시 해변의 복층아파트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OAS가 아파트 매입 및 수리 비용으로 제공한 뇌물은 총 370만헤알(약 13억원)에 달한다.
룰라 전 대통령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브라질은 징역 기간의 두 배 동안 대통령선거 출마를 금지하고 있어 판결이 확정되면 대선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룰라 전 대통령은 내년 선거 때 입후보할 수 없게 된다. 룰라 전 대통령이 소속된 브라질 노동자당(PT)의 글레이지 오프망 대표는 “우리는 이번 판결의 목적을 룰라 전 대통령을 대선 과정에서 몰아내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룰라를 쫓아내고 싶으면 그를 대선후보로 세워 정정당당히 경쟁하라”고 반발했다.
현직에 있는 테메르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가운데 나온 이번 판결로 브라질 정국 혼란은 한층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날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가 전일 대비 1.5% 오르는 등 브라질 금융시장은 호조를 보였다. 외신들은 “룰라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돼 반(反)시장 정책을 펼 것이라는 우려가 다소 불식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