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탁월한 지도자보다 명예가 실추된 지도자를 더 쉽게 머리 속에 떠올릴까? 불명예를 안은 웰스 파고 CEO 존 스텀프 John Stumpf, 구속 기소된 삼성그룹 부회장 이재용 Lee Jae-Yong, 해고된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 Michael Flynn, 파면 당한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 데비 와서먼 슐츠 Debbie Wasserman Schultz을 생각해보라. 지난 8개월 동안 이들과 함께 더 많은 사람들이 추락을 겪었다.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도도 여론 조사가 존재한 이후 그 어느 신임 대통령보다 저조하게 나오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여기 하나의 가설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혁신적인 투명성(Radical Transparency) 시대에는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이 더 많이 밝혀지기 쉽다는 것이다. 사실 최근 추락한 모든 지도자는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는 휴대용 디지털 정보-전자 금융기록 같이 흔하거나(이재용 부회장), 장거리 감청처럼 첨단화되어 있다(플린과 세르게이 키슬락 Sergey Kislyak 러시아 대사의 대화) -로 인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모든 것이 감춰진 비밀을 들춰내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숨기려고 노력하는 것들에선 구린내가 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라. 제시된 증거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좀 더 광범위한 이유로, 혁신적인 투명성은 (잘 보이지 않던) ‘소란’의 기준을 불편할 정도로 높일 수 있다. 예컨대 기업들은 고객과 경쟁사, 그리고 다른 이들에 관한 정보에 더욱 쉽게 접근하고 있다. 그 결과 산업 지배력은 더욱 빠르게 바뀌고, 기업 수명은 줄어들고, 임원 재임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 강력한 리더십을 유지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강력한 리더십이 있다는 사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위대한 지도자’ 연례 랭킹 리스트에는 우리가 경의를 표하는 일부 유명인사들도 포함되어 있다(아마존 CEO 제프 베저스 Jeff Bezos, 연방준비제도 의장 재닛 옐런 Janet Yellen, 프로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 LeBron James 등이 그들이다). 그리고 그외 많은 사람들도 유명하진 않지만 그럴 자격을 갖추고 있다. 블라디 미르 푸틴의 잘못된 행동을 과감히 꼬집었던 리투아니아 ‘철의 여성’ 대통령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Dalia Grybauskait?, 신생아를 구할 혁신적인 방법을 찾고 있는 글로벌 헬스 연구소(Institute for Global Health) 생명공학자 리베카 리처즈-코텀 Rebecca Richards-Kortum 등이 그들이다. 그리고 시카고 컵스 Chicago Cubs 사장 테오 엡스타인 Theo Epstein이 이번 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선 지도자가 아닌 ‘데이터 괴짜’로 유명하다. 그에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실들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포춘 리스트에 오른 모든 사람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준 인물들이다. 그들이 전하는 3가지 교훈을 살펴보자.
현실을 인정하고 희망을 제시하라. 리더십이라는 중요한 과제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더욱 어렵고 중요해진다. 제이피모건 체이스 CEO 제이미 다이먼 Jamie Dimon은 다시 한번 탁월한 리더십을 입증했다. 그는 은행이 직면한 도전과제를 직설적으로 언급하며 꾸밈없이 낙관주의를 전파하고 있다. 섬세한 균형 감각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지자들을 실제로 만나게 하라.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날 때, 서로를 더욱 신뢰하게 되고 문제 해결 능력이 커지며 눈에 띄게 창의적으로 변하게 된다. 이는 모든 기업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결과물이다. 물리적 존재감(Physical Presence)의 힘을 이해하는 프란시스 교황은 그 어느 교황보다도 더 열정적인 페이스로 순방 일정을 소화해왔다. 지금까지 27개국에서 추종자들을 만났는데, 때론 수 백만 명씩 모이기도 했다. 지난 1월 21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여성 행진(Women’s March)’ 기획자들은 전 세계에서 참여한 수 백만 명의 사람들이 서로의 에너지와 영감을 이끌어내는 것을 보며 큰 놀라움을 느끼기도 했다.
가교 역할을 하라. 탁월한 정치 지도자들은 신랄한 정치 담론이 전체 문화를 감염시킬 위험이 있을 때, 가슴을 활짝 열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한다. 반대자와 전쟁을 벌이는 대신 건설적인 관계를 설정한다. 예컨대 오하이오 공화당 주지사 존 케이식 John Kasich과 메릴랜드 주 공화당 의원 존 델라니 John Delaney는 상대 정당이 선호하는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두 사람은 지역구 유권자와 대면했던 마지막 선거에서 쉽게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번에 내놓은 리스트를 훑어볼 때, 우리가 모든 지도자를 각자의 전문 분야 내에서 평가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작은 기업을 효과적으로 이끄는 사람이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유명 인사보다 더 높은 순위에 오를 수도 있었다. 우리의 핵심은 ‘7위가 9위보다 더 위대하다’는 식의 선언이 아니라, 위대한 지도자는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거대 기업을 이끌 수도 있고, 시골 학교를 운영하거나 좁은 사무실에서 상당한 개인 에너지를 뿜으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혁신적인 투명성 시대에서 요즘 빛나는 지도자들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번 기사를 통해 이들 50명에게 제대로 된 평가를 내려주고자 한다.
01. 테오 엡스타인 THEO EPSTEIN / 시카고 컵스 야구단 사장
당파적 불신과 분열이 극심한 수준에 이르렀던 2016년 가을, 시카고 컵스에 대한 열광적 응원은 미국을 하나로 단결시킨 아주 드문 현상이었다. 컵스가 108년 간 이어진 ‘우승 가뭄’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싸울 때, 월드시리즈 TV 시청률은 거의 50%에 육박하고 있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Sports Illustrated의 수석 야구기자 톰 버두치 Tom Verducci는 그의 저서 ‘컵스 방식(The Cubs Way)’에서, 컵스에 우승컵을 안겨준 5년 간의 팀 재건 계획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컵스는 그들의 성공 이유를 구단주 톰 릭케츠 Tom Ricketts의 온화한 인내심에서부터 단장 조 매든 Joe Maddon의 혁신적인 ‘기행’까지 여러 가지 다른 리더십 스타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테오 엡스타인 사장의 진화였다. 그는 보스턴 레드삭스에 적용했던 자신의 성공 방정식을 시카고 컵스에 그대로 접목시키기 위해선 우선 지도자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엡스타인은 컵스로 옮긴 후, 스카우트들에게 매우 구체적인 ‘돌격 명령’을 내렸다. 그는 지역 스카우트들에게 영입대상 선수가 경기장 안팎에서 어떻게 역경에 대처하고 있는지 각각 세가지 사례를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 후 스카우트들은 선수들의 지인 누구에게든 접근해 그들의 인성을 파악하려고 했다. 부모, 생활지도 상담사, 팀 동료, 여자친구, 형제자매 등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그후 컵스의 스카우팅 리포트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엡스타인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읽게 했던 러시아 소설처럼 두툼한 리포트를 원했다. 긴 양식의 리포트를 작성하지 못하는 스카우트들은 오래버티지 못했다. 그가 원하는 데이터는 반드시 명백하고 측정 가능한 자료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중요한) 정보임에는 분명했다. 인성이 훌륭한 인물들로, 영향력이 큰 포지션 별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구축하려면, 엡스타인에겐 그런 정보가 가능한 한 많이 필요했다.
엡스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차세대 기술혁신을 모색할 수 없다면, 선수들을 대하고, 선수들과 호흡하며, 관계 구축을 통해 그들을 성공시키는 일은 그 어느 누구보다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 환경은 경기에 최적화돼 있을 것이다. 경기 중 분위기도 우리가 최고일 것이다. 우리 선수들은 가장 자유롭게 게임을 즐기며, 가장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엡스타인은 선수들의 인성 탐색과 관계 구축을 통해 엄청난 성과를 일궈냈다.
“사람들이 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일을 할 때, 결국 그 일의 성패는 ‘소속감’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동료와의 연결, 조직과의 연결, 주변 환경에 속해 있다는 느낌 말이다. 그건 어딘가에 ‘연결돼 있다’고 느끼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라 할 수 있다.”
- 시카고 컵스 사장 테오 엡스타인, 톰 버두치 저서 ‘컵스 웨이’의 인터뷰 내용 중에서
02. 마윈 JACK MA / 알리바바 그룹 회장
중구난방식 성장과 불투명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알리바바 Alibaba 덕분에 마윈은 중국 최고 부자 중 한 명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전자상거래 중심의 이 디지털 대기업을 구축한 마윈의 재산은 약 300억 달러로 평가된다. 이런 성공 덕분에 마윈은 글로벌 무대에서 하루 아침에 유명인사가 된 첫 중국 경영인으로 급부상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마윈은 예상 밖의 적극적 방식으로 자신의 새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스스로를 자유 무역과 자선활동의 지지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울러 알리바바 같은 디지털 오픈마켓이 세계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오픈 마켓 덕분에 중소기업들이 끊임 없이 확대되고 있는 고객들에게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다. 마윈은 이런 전제를 앞세워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에서 대담한 약속을 하기도 했다. 그는 “알리바바가 앞으로 5년간 미국 일자리 100만개가 창출되도록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마윈은 그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무역 장벽 완화를 촉구해왔다. 한편으론 자신이 놀라울 정도로 온화하고, 낙관적이고, 효과적인 자본주의 대표 ‘외교관’임을 입증해왔다. 그는 방문객들을 맞을 때 샌들과 불교 묵주를 착용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마윈의 부상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번 호에 실린 특집 기사를 참조하라.
03. 프란시스 교황 POPE FRANCIS / 로마 카톨릭 교회 수장
임기 5년째를 맞은 최초의 라틴 아메리카 출신 교황은 요즘도 꾸준히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한편으론 놀라운 행보도 거듭하고 있다. 그는 카톨릭 내에 있는 전통주의와 근대주의의 상충되는 요구를 조정하고 있다. 교황은 작년 봄 ‘아모리스 라에티티아A moris Laetitia’라는 이름의 간행물을 통해, 교회 지도층이 이혼한 카톨릭 신도들과 성소수자 지지자들에게 좀 더 관용적인 태도를 갖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올 초에는 교회가 ‘시험을 통과한(tested)’ 기혼 남성의 목회자 임명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천 년 전통을 이어온 성직자 독신주의를 겨냥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카톨릭 성직자 부족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하지만 교계 밖에서 그의 지속적인 영향력을 담보해준 건 비양심적인 자본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었다.
프란시스 교황은 포춘과 타임이 지난해 12월 바티칸에서 주최한 CEO 모임에서 재계 지도자들에게 “글로벌 경제성장의 과실에서 소외 당한 수십 억 명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청중들에게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이해하라”고 촉구했다. 교황이 사실상 다른 지도자는 행사할 수 없는 도덕적 권위를 앞세워 자신의 사명을 뒷받침한 것이었다.
“나는 프란시스 교황이 무조건적인 사랑과 관용, 인간성, 겸손함의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자신의 강력한 역할을 행사하는 방식을 보면서 경외감을 느꼈다.”
- 아리아나 허핑턴, 스라이브 글로벌 창립자
04. 멀린다 게이츠 MELINDA GATES /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의장
멀린다 게이츠는 지난 2월 ‘2020년까지 전 세계 여성 1억 2,000만 명의 산아제한을 지원하겠다’는 재단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그녀는 독자들이 ‘생식권(reproductive rights)’과 경제성장의 연관성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도록 열정적인 개인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혀왔다. 그녀의 주장은 지지자들과 비판자들 사이에서 논쟁을 촉발시켰다. 지금까지 나타난 사실은, 남편 빌 게이츠와 공동 설립한 재단의 공식 대표로서 멀린다가 얻어온 존경심이었다.
이 같은 그녀의 영향력은 실제 성과의 결과물이다: 재단이 2015년까지 낸 약 370억 달러의 기부금은 개도국 여성의 권리를 신장하고, 전염병을 퇴치하는데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05. 제프 베저스 JEFF BEZOS / 아마존 창업자 겸 CEO
베저스가 한 개의 산업이 아니라 2개의 산업을 혁신했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 온라인 판매의 43%를 점유한 아마존닷컴은 기존 유통업계에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다. 경쟁사들은 제품을 더욱 싸게 판매하고, 더욱 빠르게 배송할 수 밖에 없었다.
베저스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부 아마존 웹 서비스 Amazon Web Services는 정보기술 경제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기도 했다. 연예산업은 베저스가 장악하는 차세대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 스튜디오는 올해 아카데미 상 3개를 수상해 콘텐츠 산업에서 날로 커지는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06. 에이버 듀버네이 AVA DUVERNAY /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
듀버네이는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2014년 셀마 Selma)를 감독한 첫 미국 흑인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감독상 후보 제외와 수 년 간 이어진 비 백인계 배우들의 오스카상 수상 실패는 할리우드의 다양성 부족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듀버네이는 오스카 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가 좀 더 많은 소수계 투표인단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규칙을 개정하도록 문제를 계속 공론화했다. 그 결과 그녀는 올해 다큐멘터리 ‘13번째(13th)’로 아카데미상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재 그녀는 1억 달러 예산이 투입된 대형 영화-디즈니의 ‘시간의 주름(A Wrinkle in Time)’ -의 메가폰을 잡은 첫 흑인 여성 감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07. 허버트 맥매스터 H.R. MCMASTER / 미 국가안보보좌관
양당 지도자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맥매스터 보좌관 선임을 환영했다. 3성 장군인 그는 1991년 이후 유명 인사가 됐다. 맥매스터는 당시 ‘사막의 폭풍’ 작전에서 탱크 부대를 이끌어 이라크 군에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 방식은 그의 경력을 관통해 온 특징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지휘부를 맹비난한 1997년 저서 ‘직무유기(Dereliction of Duty)’는 지금도 군대 내에서 고전으로 통한다. 맥매스터의 강경한 독립적 사고가 대통령에 대한 충성 의무와 상충할 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주목된다.
“맥매스터는 군 상층부의 전술적 근시안에 맞서 싸우며 미국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안보 미래학자 겸 전략가가 되었다. 그는 정치꾼들과는 결코 타협을 하지 않는다. 국가만을 위해 일하는 독립적 사고의 소유자다.”
- 퇴역 여단장 토머스 콜디츠 THOMAS KOLDITZ, 새 지도자를 모색하는 도엘 연구소
08. 차이잉원 TSAI ING-WEN / 대만 총통
차이는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해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한 바 있다. 1979년 이후 이뤄진 미국-대만 지도자간 첫 전화 통화였기 때문이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신중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대만의 첫 여성 총통으로선 대담한 행동이었다.
차이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고 있다; 베이징 당국은 2016년 1월 선거에서 그녀가 당선되자, 자국민들의 대만 방문 규제를 통해 제재를 가하려고 했다. 그 때 그녀는 동남아시아 여행객들에게 대만에 관광 붐을 일으켜달라고 호소했다. 차이는 평일 근무를 주 6일에서 5일로 줄이는 등 경제 개혁도 추진하고 있다.
09. 존 매케인 JOHN MCCAIN / 미국 애리조나 상원의원
군대에서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지 거의 30년이 지났다. 해군 조종사이자 전쟁 포로 출신인 6선 상원의원 매케인이 꾸준히 초당파적 지지를 받는 이유다.
매케인은 국방 분야에서 가장 신뢰 받는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강력한 군대를 지지하고, 무분별한 분쟁 개입에는 신중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상원 군사위원장으로서 매케인은 새 행정부가 국가안보의 의미를 정의할 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독보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
10. 앙겔라 메르켈 ANGELA MERKEL / 독일 총리
이 독일 총리는 ▲난민 위기 ▲유럽 해체 ▲득세하는 우파 내셔널리즘 ▲러시아의 침공 ▲이런 모든 문제에 대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는 미국 신임 대통령에 흔들림 없이 대처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임기 12년째를 맞고 있는 그녀는 9월 재선을 준비 중이다.
강력한 국제주의자인 메르켈은 독일이 자유질서의 제1 수호자라는 인식에는 반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가 사실상의 유럽 지도자가 되었기 때문에, 메르켈의 강력한 영향력은 확실해 보인다. 자유 세계가 그녀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11. 르브론 제임스 LEBRON JAMES /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스몰 포워드
제임스는 2014년 클리블랜드로 복귀했을 때, 팬들에게 NBA 타이틀을 약속하지 않았다(그럼에도 그는 지난 시즌 팀 우승을 이끌며 MVP를 차지했다). 그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여러 측면에서 솔선수범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르브론 제임스 가족재단-고향 애크런 Akron 출신의 불우 아동 1,100명에게 멘토링과 대학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을 통해 이를 실천해왔다. 또 그는 농구계 최고 스타라는 자신의 위치를 활용해 법 집행기관과 흑인사회 간의 관계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12. 존 케이식 JOHN KASICH / 오하이오 주지사
지난해 미국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케이식의 중도적 태도는 공화당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회의론자인 그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주의 지도자로서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케이식은 최근 오바마케어 확대 실시를 지지하는 공화당 주지사들을 규합하기 위해 그 힘을 활용하기도 했다. 그는 이를 통해 70만 명에 가까운 오하이오 주민들이 계속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케이식은 지난 2월 트럼프를 상대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연방정부 지원을 전면 삭감하지 않고, 공화당의 대체 법안을 통해 2020년까지 지원을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13. 존 덜레이니 JOHN DELANEY / 메릴랜드 주 하원의원
공화당이 장악한 행정부에서 민주당 하원의원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덜레이니는 4년 전 의회 입성 이후 새 행정부의 중점 과제 중 하나인 국가 인프라 재건에 주력해왔다.
그는 비즈니스 친화적인 해법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해외 수익을 환원시켜 신규 프로젝트에 착수할 공공과 민간의 공동 종잣돈으로 사용하는 방안이다. 연방 재정적자에 큰 부담을 지우지 않고, 주요 인프라 건설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14. 헬레 토르닝-슈미트 HELLE THORNING-SCHMIDT / 세이브 더 칠드런 인터내셔널 CEO
덴마크 첫 여성총리에 올랐던 토르닝 슈미트는 덴마크 재정위기 극복 과정에서 지도력을 발휘했다. 요즘 그녀는 꿈꿨던 일을 하면서 예산 20억 달러가 넘는 자선단체를 이끌고 있다. 세이브 더 칠드런은 120개국 어린이 5,500만 명에게 온정의 손길을 베풀고 있다.
이 단체는 최근 4억 명의 ‘소외된’ 불우 아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여자아이, 난민, 혹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의료와 교육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15. 캐서린 해이호 KATHARINE HAYHOE / 텍사스 공과대학 기후과학센터장
미국인들은 요즘 한 가지 과학에 대해 전혀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듯하다: 기후변화의 실체에 대한 논란은 국가 양극화와 함께 더욱 커져왔다. 이 갈라진 틈을 기후과학자 해이호가 파고 들고 있다(그녀가 텍사스에 거주하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은 우연의 일치이다).
해이호는 스스로의 사회적 지위와 PBS 웹사이트에 연재하는 자신의 동영상 시리즈 ’글로벌 기후온난화(Global Weirding)‘를 통해 기후과학을 전파하는 주요 인물로 떠올랐다. 그녀는 상대 입장을 사려 깊게 배려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한 때 기후변화에 회의적이었던 성직자 남편과 대화를 나눈 후 이 방식을 깨달았다.
16. 브라이언 스티븐슨 BRYAN STEVENSON / 이퀄 저스티스 이니셔티브 소장
이퀄 저스티스 이니셔티브 the Equal Justice Initiative 는 지난 28년 동안 125명 이상의 사형수를 구했고, 꾸준히 사법체계의 인종적 편견에 대한 주의를 촉구해왔다. 현재 스티븐슨은 모든 미국인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이런 편견의 뿌리에 정면 대응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는 대중들이 인종 관계의 기저에 있는 ‘인종 테러리즘’-노예제도와 반 흑인주의 폭력-의 역사를 거의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퀄 저스티스 이니셔티브는 이 운동을 이끌기 위해, 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린치를 당한 4,000명의 미국 희생자들을 위한 인종 정의 박물관과 기념비를 세우고 있다.
17. 재닛 옐런 JANET YELLEN / 미국 연준 의장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2015년 말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을 땐, 경기침체를 두려워할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번도 금리인상을 경험하지 못한 투자자 세대가 성년이 됐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랬다. 그러나 안정을 유지한 시장이 옐런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었다. 줄곧 평정심을 지킨 그녀는 월가와 대중들이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중앙은행의 향후 행보에 대해 신뢰를 갖도록 만들었다. 허약한 미국 경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의 성급한 금리 인상 압력을 이겨낸 점도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18. 브라이언 체스키 BRIAN CHESKY / 에어비앤비 CEO 겸 커뮤니티 총괄
체스키와 공동 창업자 조 게비아 Joe Gebbia, 네이선 블레차르치크 Nathan Blecharczyk는 9년 전 대부분 투자자들이 코웃음을 친 사업을 서둘러 시작했다. 이 혁신적인 ‘숙박 공유’ 플랫폼은 현재 약 1억 6,000만 명의 ‘이용 고객’을 자랑하고 있다-작년 12월 31일에만 200만 명이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새해를 맞았다. 회사 가치는 장외시장에서 310억 달러로 평가 받고 있다.
CEO 체스키-공동 창업자 3명 중 유일하게 비즈니스 경험이 없었다-는 꾸준히 회사 규모를 키워 왔다. 또 에어비앤비가 ▲규제 당국의 반대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한 안전 사고 ▲자체 플랫폼에 대한 차별적 행태, 그리고 그에 따른 존재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앞장서왔다. 그 밖에도 그는 ‘고객 경험’과 이벤트, 다른 서비스(곧 공개될 예정으로 비행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를 겨냥한 야심 찬 사업 확장을 총괄하며, 공유 사업을 새로운 영역으로 이끌고 있다.
유니콘 회사들 *역주: 10억 달러 이상 가치를 가진 신생기업 이 좀처럼 달성하기 어려운 수익성도 추구하고 있다.
지난 3월, 체스키는 그의 직책에 ‘커뮤니티 총괄 책임자(head of community)’를 추가했다. 그의 ‘서비스 상품’을 관리하고 전달하는 숙소 주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변화를 꾀한 것이다. 이런 에어비앤비의 스킨십 전략은 또 다른 공유 경제의 주체 우버 Uber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현재 우버는 성차별적 근무환경과 성희롱 논란, 기사에게 막 말을 하는 CEO 트래비스 캘러닉의 동영상 유출 때문에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캘러닉은 스스로 리더십에 대한 조언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어쩌면 동료 혁신가의 교본에서 한 수 배울 수도 있을 듯하다.
“브라이언 체스키는 시종일관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나는 그가 단 한 푼의 보상을 받지 못한다 해도, 마땅히 할 일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 버크셔 해서웨이 CEO 워런 버핏, 리 갤러거의 저서 ‘더 에어앤비 스토리’의 인터뷰 중에서
19. 서맨서 비 SAMANTHA BEE / 토크쇼 ‘풀 프런털’ 진행자 겸 수석 제작자
그녀는 지난해 TBS 데뷔작 ‘풀 프런털 위드 서맨사 비 Full Frontal With Samantha Bee’를 통해 심야 TV쇼 분야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유명 인사로 자리를 잡았다.
미 대선은 코미디언들에게 많은 소재를 제공해왔다. 캐나다 출신인 비는 매주 자신의 쇼를 날카롭고 때론 도발적인 정치 논평을 전파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해왔다. 남성들이 지배하는 심야 쇼 무대에선 보기 드물게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입소문 확산 덕분에 풀 프런털 Full Frontal 유튜브 채널-비의 오바마 대통령 인터뷰 동영상에서부터 여성 행진운동을 격렬하게 다룬 동영상 클립까지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은 1억 6,800만 이상의 뷰를 기록했다. 비가 진행하는 쇼는 시청률에서 전 소속사(코미디 센트럴) 데일리 쇼 The Daily Show를 꾸준히 앞서고 있다.
20. 폴 폴먼 PAUL POLMAN / 유니레버 CEO
유니레버에는 사회공헌 부서가 없다(대부분의 기업은 선행 전담부서를 두고 있다). 그 대신 이 소비재 대기업은 음식 낭비부터 기후변화, 빈곤 같은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사업의 모든 분야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 전략은 2009년부터 CEO를 맡고 있는 폴먼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는 매출을 두배로 늘리면서도 환경 발자국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현재 유니레버는 손 씻기 글로벌 캠페인에서부터 제품 영양성분을 개선하기 위한 야심 찬 계획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1. 존 로버츠 JOHN ROBERTS / 미 대법원장
로버츠는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지난해 상당 기간을 어정쩡한 상태로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이 고(故) 앤터닌 스캘리아 Antonin Scalia 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명한 인물(메릭 갈랜드)를 상원이 거부했기 때문에, 대법원은 일부 이념 관련 판결에서 4:4의 팽팽한 교착 상태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로버츠는 이 사태를 비교적 매끄럽게 처리하며 박수를 받았다.
법조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첫 고등법원장 지명자 닐 고서치 Neil Gorsuch가 로버츠와 매우 흡사한 유형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필요할 경우 중도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적 능력과 소통 기술을 두루 갖춘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2. 재니 하토 JANEE HARTEAU / 미니애폴리스 경찰청장
하토는 지난 18개월 동안, 경찰청장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할 만한 어려움을 견뎌냈다. 고조되는 경찰과의 긴장 상태, 전반적인 범죄율 급증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경찰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무장 흑인청년 자마르 클락 Jamar Clark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한 사건이었다. 흑인인권단체 ‘블랙 라이브스 매터 Black Lives Matter’는 이에 대한 항의로 18일간이나 시위를 벌이기고 했다.
하토는 리더십의 표본이 될 만한 끈기를 앞세워 이런 문제들을 헤쳐 나갔다. 30년 경력의 베테랑이자, 시 최초의 여성 · 게이 경찰청장인 그녀는 미니애폴리스 경찰청(MPD) 2.0 운동을 주창했다. 순찰 경관 확대를 통해, 지역사회에 신뢰를 구축한다는 게 그녀의 구상이다. 시 지도자들은 비행 경찰들을 해고하는 그녀의 단호함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클라크 총격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은 기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방검찰은 ‘비밀 대배심(secret grand juries)’을 이번 경찰 연루 살인사건에 활용할지 재검토하고 있다. 이는 하토와 시위자들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투명성을 담보하는 조치다. 미니애폴리스는 지난해 살인사건이 크게 감소한 미국 주요 도시 중 한 곳이기도 했다.
23. 조 바이든 JOE BIDEN / 미국 전 부통령
많은 국민들은 지난 2015년 조 바이든 Joe Biden 전 부통령의 아들 보 Beau가 암으로 사망한 후, 그를 진정한 지도자로 인정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말더듬이었던 그는 1972년 29세라는 젊은 나이에 상원의원에 선출됐지만, 몇 주 후 첫 부인과 갓난쟁이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그 후 델라웨어 출신의 이 정치인은 ‘인내심의 살아 있는 표상’으로 떠올랐고, 그의 강인한 정신은 당을 초월해 미국인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바이든이 백악관의 ‘캔서 문샷’ 이니셔티브 *역주: 획기적인 암 치료법 개발을 위해 기존의 연구 속도를 두 배로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를 계속 추진해 아들의 죽음에 대응하자, 그에 대한 존경심은 더욱 커졌다(이 계획은 시행 기간이 짧은 탓에, 지금까진 연구 협업과 데이터 공유를 가로막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주력해왔다). 정치를 떠난 바이든은 지금부턴 암 완치를 위한 개인적 미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중들의 호의는 그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갤럽 조사 결과, 바이든은 퇴임 때 역대 최고인 6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24. 장 루이민 ZHANG RUIMIN / 하이얼 그룹 CEO
많은 CEO들은 직원들을 동료(associates)라고 부른다. 파트너라고 칭하는 이들도 있다. 장은 7만 3,000명의 모든 직원을 기업가(entrepreneurs)라고 부른다. 단어 뜻 그대로다. 장이 세계 1위 가전업체인 그의 회사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이다. 그는 그 과정에서 지구상의 그 누구보다 더 완벽하게 대규모 사업조직을 재편해왔다. 장은 인수를 통한 확장으로 변화의 일부를 달성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제너럴 일렉트릭 가전사업부를 54억 달러에 사들였다. 더욱 근본적으론 대부분의 CEO들이 보지 못하는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시대의 경쟁은 회사 간이 아니라, 플랫폼 사이에서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하이얼에선 꼭 직원이라고 말할 수 없는 팀원들이 프로젝트를 위해 모였다가 해산을 하고 있다. 한 개 제품이 복수 기업들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면 이렇다. 기기를 통해 음식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네트워크 ‘스마트’ 오븐 프로젝트에 합류하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하이얼은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하이얼은 자체 지원하는 약 3,000개의 창업 소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개별적인 성공 여부에 따라 생사가 엇갈리고 있다. 외부 투자로 일부 자금을 조달하는 사내 팀도 수백 개나 된다.
장은 “스타트업 팀이 벤처 캐피털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한다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더 노력해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 아니면 해체하는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수 천명의 회사 직원들을 기업가로 변화시켰을까? 장에 따르면, 이는 잘못된 질문이다. 그는 “관건은 하이얼 내부 직원들을 기업가로 바꾸는 게 아니라, 이 사회 모든 기업가들을 우리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5. 카르멘 아리스테구이 CARMEN ARISTEGUI / 아리스테구이 노티시아스 진행자 겸 기자
전세계 언론(the Fourth Estate)이 위기에 처해도, 아리스테구이 Aristegui는 흔들림 없는 마지막 보루로 제 자리를 지킬 것이다. 지난해 100명 가까운 언론인이 피살되거나 실종된 멕시코에서, 그녀는 20년간 라디오 진행자, CNN 스페인어 방송 앵커로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를 폭로해왔다.
그녀는 최근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국가 엘리트 계급을 압박한 바 있다. 그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아리스테구이 노티시아스가 멕시코 영부인과 한 건설업체, 700만 달러짜리 주택 구매 사이에 얽힌 이해충돌 소문을 보도한 것이었다.
26. 아룬다티 바타차르야 ARUNDHATI BHATTACHARYA / 인디아 스테이트 은행 회장
인도 최대 은행의 첫 여성 수장인 그녀는 인디아 스테이트 은행(SBI)이 정부의 화폐 통용금지 조치와 악성 채권과의 싸움을 잘 헤쳐나가도록 이끌어왔다. 그녀는 혁신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211년 역사의 이 금융기관을 디지털 시대로 인도했고, 20만 명이 넘는 직원들의 인사정책을 정비하기도 했다.
바타차야르는 지난해 6개 은행 인수를 성사시켰다. 이를 통해 SBI를 세계 50대 은행으로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효율성과 직설적인 스타일 덕분에, 그녀는 존경을 한 몸에 받았고, 드물게 3년 임기 연장을 보장 받기도 했다.
27. 샤키라 SHAKIRA / 싱어 송 라이터 겸 제작자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이 가수가 자선 세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당신은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이다. 샤키라가 주력하고 있는 대의는 유년기 발달 과정과 교육이다. 그녀는 지난 1997년 고국 콜롬비아에 피에스 데스칼조스 Pies Descalzos 라는 재단을 설립했다(‘맨발’이라는 뜻의 1집 앨범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녀는 또 ALAS(the Latin America in a Solidarity Act) 재단의 창립 멤버로 참가해 자신이 추구하는 공공정책을 발전시켜왔다.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 있는 정부가 아이들에게 급식과 학교 교육을 제공하도록 촉구해왔다. 그녀의 활동은 탁상공론에 머물지 않았다: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들은 지난해 6,000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급식과 교육을 제공했다.
샤키라가 독보적으로 강력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은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3,200만 명, 트위터 4,300만 명의 팔로워에서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 팬은 무려 1억 400만 명으로, 전 세계 여성 유명스타 가운데 가장 팔로워 수가 많다. 샤키라의 진정한 리더십은 그녀가 취약 아동을 위해 활용한 소통 방식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28. 라즈 판자비 RAJ PANJABI / 라스트 마일 헬스 CEO
사업에서 ‘라스트 마일 last mile’-고객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배달하는 마지막 결정적 단계-은 처리하기 어려운 과제다. 의료 분야에서 라스트 마일 문제들은 특히 빈곤 지역을 강타한다. 판자비 Panjabi가 운영하는 비영리기구 라스트 마일 헬스 Last Mile Health는 개발도상국 주민들에 대한 생명구호 교육을 통해, 이런 실태를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
예컨대 세계적인 유행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전염병으로 사망한 희생자들을 안전하게 매장하는 것 같은 일들이다. 이 단체는 이미 그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라이베리아에서 펼친 구호활동을 통해, 지난 2014년 집단 발병한 에볼라의 창궐을 막아냈다.
29. 스베틀라나 간누슈키나 SVETLANA GANNUSHKINA / 시민지원위원회 설립자
푸틴 정권 하의 러시아에서 인권 투쟁은 평탄한 길이 아니다. 그럼에도 올해 75세의 수학자 간누슈키나 Gannushkina는 굴하지 않고 계속 전진을 하고 있다. 그녀가 세운 시민지원위원회(Civic Assistance Committee)는 그 동안 5만 명 이상-주로 이민자와 난민들이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왔다. 동시에 바꾸기 힘든 러시아의 사법 시스템과 맞서 싸우고 있다.
그녀가 거둔 성공은 다음과 같다: 난민법 개정을 밀어붙여 수백 만 명이 시민권을 얻도록 했다. 또 난민 아동들이 러시아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로비활동을 벌였다. 러시아 정부가 그녀의 단체에 ‘외국인 로비스트’라는 딱지를 붙였음에도, 이 모든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30. 일론 머스크 ELON MUSK / 테슬라 및 스페이스X CEO
선지자, 이상주의자, 모험가. 이 간결한 단어들 중 그 어느 것도 일론 머스크의 모습을 정확히 짚어내지는 못한다. 이 억만장자 기업가는 자신이 공동 설립한 2개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전체 직원만 3만 5,000명에 달한다. 그의 목표는 높기만 하다. 지난해 솔라시티 SolarCity를 인수한 자동차업체이자 지속가능 에너지 기업인 테슬라는 (머스크가 꿈꾸는) 탄소배출 제로의 세계로 향하고 있다(네바다 주 테슬라 기가팩토리 Gigafactory에서 양산을 시작한 배터리는 이 전략의 또 다른 구성 요소이다). 항공우주 신생기업 스페이스X는 우주 비행 원가를 낮춰 궁극적으론 화성을 정복하기 위해 설립됐다. 캘리포니아 주 프리몬트 Fremont에 있는 테슬라 공장 생산 라인 근처에 침낭을 놓고 지낸다는 머스크는 최근 자신이 할 일을 하나 더 추가했다. 바로 엄청난 교통정체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의 새 사업체 보어링 컴퍼니 the Boring Co.는 자동차와 하이퍼루프 Hyperloop 같은 고속열차용 지하 터널망을 빠르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굴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하이퍼루프는 머스크가 2013년 떠올린 구상으로, 현재 대학과 신생기업들이 적극 개발에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선지자’로서 머스크가 가진 신비한 기운은 지난 2년간 다소 퇴색되어 왔다. 생산 지연과 배송목표 차질을 겪은 테슬라는 항상 애널리스트와 열성 팬들의 낙관적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테슬라와 솔라시티의 합병은 ‘과연 이 인수가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한 비평가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머스크를 기술업계에서 가장 시민의식이 투철한 대표인사 중 한 명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전략·정책 포럼의 일원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31. 쥐스탱 트뤼도 JUSTIN TRUDEAU / 캐나다 총리
포퓰리스트 분노의 광풍이 부는 세계에서, 쥐스탱 트뤼도 Justin Trudeau는 중도의 외로운 아이콘으로 우뚝 서 있다. 그는 총리로서 캐나다가 3만 5,000명 이상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 앞장 섰다(인구가 10배 많은 미국보다 2배나 많은 난민을 수용했다). 또 트뤼도는 국경 남쪽의 예측 불가능한 신임 대통령(트럼프)을 포함해 다른 지도자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덕분에 세계 무대에서 그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선 캐나다 국민들이 예전보다 안정적인 경제적 시기를 구가하고 있다. 캐나다는 2015년 내내 침체를 겪은 후, 지난해 2분기 큰 폭의 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트뤼도는 여전히 ‘섹스 심볼’로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정치인의 면모도 점점 더 많이 갖춰가고 있다.
32. 레베카 리처즈-코텀 REBECCA RICHARDS-KORTUM / 라이스 대학 교수
리처즈-코텀 Richards-Kortum과 라이스 대학교 글로벌 헬스 360° 연구소가 최근 1억 달러 규모의 맥아더 장학금 최종 후보 4인에 선정됐다. 그 이유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리처즈-코텀은 의료 분야 선구자이자 생명공학 천재로 평가받고 있다. 그녀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일부 지역사회에 획기적인(그러나 가격은 합리적인) 의료 기술을 도입한 바 있다.
빛을 이용한 신생아 황달치료부터 암 검진을 위한 고화질의 ‘초미세 내시경’까지, 그녀가 성취한 혁신은 의료 사각지대에 있던 수 천명의 여성들과 아이들의 건강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33. 스트라이브 마시이와 STRIVE MASIYIWA / 에코넷 와이어리스 그룹 회장
아프리카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는데 마시이와 Masiyiwa만큼 공헌한 인물도 드물다. 그가 설립한 통신회사 에코넷 Econet은 짐바브웨 정부와의 오랜 법적 다툼 끝에 지난 1998년 공식 출범했다.
그의 승리는 국가 독점체제를 타파했고, 대륙 전체에 걸쳐 민간 통신업체들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이후 마시이와는 런던으로 근거지를 옮겼다. 하지만 그가 다양한 방면에서 왕성하게 펼치고 있는 자선활동은 여전히 아프리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수 많은 이사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고아 지원, 장학금 수여, 기아와 빈곤, 그리고 에볼라와의 싸움에 앞장 서며 많은 칭송을 받고 있다.
34. 타미카 맬러리, 린다 사수어, 밥 블랜드, 카르멘 페레스 TAMIKA MALLORY, LINDA SARSOUR, BOB BLAND, CARMEN PEREZ / 워싱턴 여성행진 공동 조직위원장
동등한 임금부터 생식권(reproductive rights)까지 여성 관련 이슈들은 오랫동안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많은 이들이 이런 권리들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공약을 앞세워 대선에서 승리하자, 맬러리와 사수어, 페레스, 블랜드는 ‘이 문제들은 타협 불가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베테랑 인권 운동가인 네 명의 여성은 단 두 달 만에 워싱턴 여성행진(the Women’s March on Washington) 이벤트를 조직할 수 있었다. 그들은 당초 25만 명의 참가자를 예상했지만, 50만 명에 가까운 군중들이 운집했다.
전세계 도시 수백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행진이 벌어졌다. 총 참가인원은 500만 명에 달했다. 강력한 리더십이 활기차고, 다양하고, 자생적인 그룹들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4인방은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운동의 중심축인 ‘100일간 10가지 액션(10 Actions/100 Days)’ 본부를 출범시켰다. 이 곳에서 시민들은 스스로 시작한 행진의 열기를 지탱해준 시위와 파업, 그리고 다른 집회행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 행진 운동은 리더십의 훌륭한 표본을 잘 보여주었다. ‘지시하고 통제’하는 대신 ‘소통하고 협력’하는 이 리더십은 일방적인 대화가 아닌 쌍방간의 소통을 지향하고, 공식적 권위에 맞서 도덕적인 힘을 행사하고 있다.”
- 도브 시드먼 LRN CEO, ‘하우 How’의 저자
35. 다이애나 나탈리치오 DIANA NATALICIO / 엘파소 텍사스 주립대학 총장
미국의 소득 불평등 위기는 캠퍼스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늘어나는 학비와 문화적 장벽으로 인해 저소득층 학생들은 입학하기도, 계속 학업을 이어가기도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
엘파소 텍사스 주립대학(UTEP)-이 대규모 공립대학의 학생 80%는 히스패닉이다-을 29년째 이끌고 있는 나탈리치오 Natalicio는 ‘기회의 확대’를 최우선 정책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녀는 학비를 꾸준히 낮추고, 유연성 높은 교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는 동안에도 학문적 성과는 차질 없이 이어가고 있다.
36. 오후드 알 루미 OHOOD AL ROUMI / 아랍에미리트 행복부 장관 (Minister of Happiness)
한 나라 전체의 행복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알 루미는 ‘국가 행복지수 제고’라는 특별한 임무를 맡은 정부 각료다(전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자리다). 그녀는 산유부국 아랍에미리트가 삶의 질에 대한 전반적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이 나라는 성 평등과 표현의 자유, 이주 근로자의 권리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취임 이후, 그녀는 부하 직원들에게 ‘행복한 삶의 과학(the science of well-being)’을 연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알 루미의 다음 목표는 이 과학을 구체적인 개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37. 파즐 아베드 FAZLE ABED / 방글라데시 농촌진흥위원회 (BRAC) 대표
방글라데시는 지난 1971년 참혹한 전쟁 끝에 독립을 쟁취했다. 당시 국가 재건의 절박한 과제를 안고 약 1,000만 명의 난민들이 귀국을 감행했다. BRAC을 설립한 기업 중역 출신 아베드 Abed도 이 과제 해결에 발벗고 나섰다(BRAC은 현재 세계 최대 비정부 조직으로 성장해있다).
BRAC이 거둔 성과 중에는 소액 서민금융(microfinance)도 들어있다. 이 단체는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500만 명 이상의 방글라데시 국민들에게 16억 달러를 대출해 주었다. 1,10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기도 했다.
38. 요시다 하루노 HARUNO YOSHIDA / BT 재팬 사장
요시다는 외국 기업에서 해외 근무를 하며 ‘경력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인물이다. 그 회사들은 남성이 지배하는 일본 기업문화에서, 일본 기업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여성의 승진을 장려했다. 현재 일본으로 복귀한 그녀는 싱글맘으로 아이를 키웠던 유명 여성경영인이라는 유별난 특징도 갖고 있다.
그녀는 여성들이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 노골적으로 표현을 한다. 한번은 직장 여성의 불리한 처지를 “다리에 체인을 감아 놓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한 적도 있었다.
39. 제이미 다이먼 JAMIE DIMON / JP모건 체이스 CEO
제이미 다이먼 이전에도 물론 JP모건 체이스는 존재했다. 하지만 현재 모습과 비교하면 ‘희미한 흔적’에 불과했다. 그가 2006년 CEO에 오른 후 이 은행 자산은 110%, 영업이익은 거의 세 배나 증가했다. 재정 위기 당시 다이먼의 대처는 위기 관리의 ‘마스터 클래스’나 다름 없었다. 그가 이끄는 회사가 현재 미국 최대 은행이라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 자리를 내줄 조짐도 전혀 없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인수위 팀은 다이먼을 재무부 장관 후보로 최우선 고려하기도 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가 찬성할 만한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다이먼은 고사했다. 현재 그는 탄탄한 경영구조를 가진 거대 은행이 자유방임주의 정부 하에서 거둘 수 있는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리더십을 다시 한번 발휘할 태세를 취하고 있다.
40. 유리 밀너 URI MILNER / 디지털 스카이 테크놀로지(DST) 글로벌 설립자
그는 지구 밖 세상으로 향할 최초의 인간 우주비행사로 선발된 인물이다. 물리학자에서 투자자로 변신한 이 러시아 부호는 페이스북과 에어비앤비 같은 IT업체에 초기 투자를 한 덕분에 수십 억 달러를 벌 수 있었다. 현재 그는 좀 더 규모가 큰 ‘과학적 도박’을 지원하고 있다. 우주 다른 곳에서 지적 생명체의 신호를 찾는 프로젝트가 대표적 사례다.
그는 또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알리바바의 마윈 같은 친구들에게 “물리학자와 생물학자, 수학자들에 대한 상금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브레이크스루 프라이즈 Breakthrough Prizes’는 현재까지 거의 2억 달러의 상금을 수여했다.
41. 랜들 스티븐슨 RANDALL STEPHENSON / AT&T 회장 겸 CEO
그는 미국 최대 고용기업 중 한 곳의 수장을 맡고 있다(지난해 매출도 1,638억 달러로 세계적 수준이었다). 스티븐슨은 AT&T의 위상에 걸맞은 과제도 안고 있다: 10만 명이 넘는 직원들을 재교육하는 일이다. 급속한 기술 진화의 시대를 맞아 많은 CEO들이 직원들을 내보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AT&T는 ‘전면적인 2020 계획(sweeping 2020 initiative)’에 약 10억 달러를 투입해 직원들 대상 신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이 운동은 벌써부터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회사는 공석이 된 일자리의 40% 이상을 내부 직원으로 채울 수 있었다.
42.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CHIMANDA NGOZI ADICHIE / 소설가 겸 수필가
수상 경력이 있는 이 나이지리아 작가는 자신의 산문과 입소문을 탄 두 개의 TED 강연-비욘세가 이 중 하나를 자신의 곡에 샘플링해 유명세를 탔다-을 통해 추종자를 얻었다. 그러나 아디치에는 또 다른 측면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녀는 청중들에게 아프리카의 정체성, 인종, 그리고 성에 대해 좀 더 다르게 그리고 좀 더 폭넓게 사고하라고 촉구해왔다.
영어 사용권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권유를 받아들였고, 그 결과 아디치에는 ‘페미니스트의 아이콘’, 두려움을 모르는 정치 · 문화적 비평가로 부상할 수 있었다(그녀는 소녀들에게 ‘사랑스런 존재가 되야 한다’는 의식을 떨쳐버리라고 역설하고 있다).
43. 마크 베니오프 MARC BENIOFF / 세일즈포스 CEO 겸 회장
그는 지난해 클라우드 기반 자신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2011년 이후 처음 흑자를 기록하도록 이끌었다. 그는 이 같은 경영성과 외에도, 성소수자를 위한 행동주의 운동을 한층 강화했다. 베니오프는 인디애나 주가 관련 법안을 거부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기업들이 게이 고객들을 차별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인디애나 주에 800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함으로써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베니오프는 지난해 조지아 주가 유사한 법안을 거부하게 하기 위해 같은 전략을 구사했다. 노스 캐롤라이나 주가 트랜스젠더의 공공 화장실 출입을 금하는 법안을 채택하자, 몇몇 회사들을 설득해 사업 확장을 취소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44. 프랭크 무기샤 FRANK MUGISHA / 우간다 성소수자협회 이사장
성 소수자 단체 회원으로 활동하는 건 서구 사회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동성애 행위를 여전히 범죄로 여기는(심지어 사형죄로 처벌해야 하는 지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회에선 어떻겠는가?
바로 프랭크 무기샤 Frank Mugisha(37)가 매일 마주하는 세상이다. 14세 때 커밍 아웃을 한 그는 성 소수자 국민들을 무조건 종신형에 처한 우간다의 반동성애 법을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무기샤는 결국 법원의 무효 판결을 이끌어냈다. 노골적인 적대감에 직면해있는 이 공동체 지도자는 앞으로도 지난한 싸움을 벌여야 할 듯하다.
45.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DALIA GRYBAUSKAITE / 리투아니아 대통령
그녀가 발틱 국가의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2009년 리투아니아 첫 여성 대통령에 오른 그리바우스카이테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제법 위반에 맞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해왔다.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합병하기 전, 그리고 미 대선에 영향력을 미친 캠페인을 벌이기 전의 일이었다. 직설적이고 고집스러운 그녀의 스타일은 다른 정치인들과 크게 다른 점이다(특히 할 말을 하지 못하는 EU 정상들과 대조가 된다).
28개국으로 구성된 EU가 부활하는 러시아에 대해 고민을 하는 이때, 그녀는 강력한 NATO 동맹과 통일된 유럽 전선을 촉구하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다.
46. 챈스 더 래퍼 CHANCE THE RAPPER / 음악가 겸 사회운동가
가스펠에 힙합을 접목한 챈스는 행복의 기운을 전파하는 운율을 구사한다. 그는 올해 음악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챈스의 편집 테이프 ‘컬러링 북 Coloring Book’이 정규 앨범이 아닌 스트리밍으로 처음 그래미상을 수상한 것이다(3관왕을 차지했다).
그는 또 고향 시카고에서 반폭력 행동주의자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에는 담대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지원이 부족한 시카고 공립학교의 예술과 방과후 프로그램을 위해 100만 달러를 쾌척했다.
47. 후 슐리 HU SHULI / 차이진 미디어 편집장
후는 악명이 높을 정도로 폐쇄적인 중국 언론 환경에서 저널리즘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녀는 1989년 젊은 기자 시절, 소속 신문사에 천안문 광장 시위 취재를 요구했다가 정직을 당했다. 후는 굴하지 않고 금융전문잡지 차이징 Caijing을 창간해 주가조작부터 당국의 사스 집단발병 은폐까지 민감한 문제들을 거침없이 폭로해왔다.
현재 후가 몸담고 있는 언론사 차이진 Caixin은 ‘도발’을 불사하는 그녀의 성향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그녀는 국가의 검열조치 철폐를 요구하며 정면으로 반기를 들기도 했다.
48. 사디크 칸 SADIQ KHAN / 런던 시장
칸이 지난해 5월 무슬림 출신 첫 런던 시장에 선출됐을 때, 그곳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파키스탄 이민자의 아들인 칸은 카리스마 넘치는 인권 변호사이자 자부심 강한 페미니스트였다. 그는 자신이 이끌게 될, 다양성이 살아 있는 글로벌 도시 런던의 구현체처럼 보였다. 칸은 브렉시트 여파 속에서 취임 1년도 안돼 ’개방적인‘ 런던을 보존하는 싸움에 스스로를 투신하기도 했다.
칸 시장은 런던을 지키는데 확고부동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는 재계를 적극적으로 달래는 한편, “EU에서 런던을 분리하는 브렉시트의 경착륙이 영국의 성장 엔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49. 카를로스 로드리게스-파스토르 CARLOS RODRIGUEZ-PASTOR / 인터콥 CEO
로드리게스-파스토르는 페루에서 쇼핑몰과 제약, 은행 등의 기업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억만장자다. 그는 지난 2010년 이노바 스쿨스 Innova Schools를 출범시키면서 중요한 미션을 맡게 됐다. 이 학교는 1만 9,000명의 아이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적정한 비용에 제공하고 있다. 최근의 시험 결과는 ‘이노바 2학년 재학생들의 수학과 읽기 성적이 일반 학생들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OECD가 조사한 65개국 가운데 교육 시스템이 꼴찌인 나라에겐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50. 리사 수 LISA SU /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스(AMD) CEO
야후 CEO 머리사 마이어 Marissa Mayer 만큼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수가 2014년 고전하던 반도체업체 AMD에 합류했을 당시 그녀가 떠안은 과제는 결코 마이어에 못지 않았다. 게다가 수는 성공을 거뒀다.
칩 디자이너 출신인 그녀는 PC시장에서 탈피해 비디오게임 콘솔과 데이터센터 서버용 칩 같은 고성장 분야에 집중하는 등 AMD를 다각화시켰다. 중국에서 칩 디자인 라이선스 계약을 성사시키는 수완도 발휘했다. 그녀는 확실한 보상을 받았다: 판매는 반등했고, 지난해 주가도 4배나 뛰었다.
책임 기자
에리카 프라이 Erika Fry, 매트 하이머 Matt Heimer
기고자
Daniel Bentley, Stephanie Castillo, Scott Cendrowski, Jonathan Chew, Geoff Colvin, Barb -Darrow, Leigh
선정에 참여한 전문가 집단
칩 버그 Chip Bergh, 레비 스트로스 앤 코 / 크리스티 털링턴 번스 Christy Turlington Burns, 에브리 머더 카운츠 / 진 케이스Jean Case, 케이스 재단 / 아리아나 허핑턴Arianna Huffington, 스라이브 글로벌 /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 애스펀 연구소 /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Ngozi Okonjo-Iweala, 세계백신연합 토머스 콜디츠 Thomas Kolditz, 도엘 연구소, 라이스 대학교 마이클 포터 Michael Porter, 하버드 경영대학원, 조이 레이먼 Joey Reiman, 브라이트하우스 주디스 로딘 Judith Rodin, 록펠러 재단, 마이클 슐레인 Michael Schlein, 액시온 인터내셔널 도브 시드먼 Dov Seidman, LRN 릭 워츠먼 Rick Wartzman, 드러커 인스티튜트, 포춘 스태프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