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18일 2년 4개월간의 임기를 마쳤다. 2015년 3월 취임할 당시 금융개혁을 ‘험하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길’로, 이를 함께 추진할 금융위 직원들을 아프리카의 들소 ‘누우’에 빗대어 표현했던 임 전 위원장은 마지막까지 금융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떠났다.
임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비록 제가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여러분은 우리 금융산업을 경쟁적이고 혁신적으로 만들기 위해 치열히 고민하고 끊임없이 노력하실 것”이라며 “아프리카의 ‘누우’처럼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의 헌신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우리 금융을 새로운 초원으로 인도하는 데 부족함이 많았다”면서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았는데, 그 어려움을 온전히 여러분께 넘기고 떠나게 돼 진심으로 미안하다”고도 했다.
‘국민 눈높이의 금융개혁’을 강조해온 임 전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핀테크 지원, 현장점검 강화,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출범 등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의 원활한 작동을 위한 은행법 개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정착, 금융규제 개혁 등에서 아쉬움도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계부채 문제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도 발목을 잡았다.
임 전 위원장은 금융위를 향해 “시장이라는 커다란 배의 ‘평형수’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시장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당국이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시장의 힘을 믿고, 시장의 역동성이 약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또한 시장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 역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을 향한 모든 정책은 책임이 따른다”면서 “책임을 감당하는 데 주저하거나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그런 자세에서 금융위에 대한 일부의 오해와 편견을 씻어내고 신뢰를 쌓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전 위원장은 이로써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한다. 신임 금융위원장인 최종구 전 수출입은행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이후 청와대 임명 절차를 거쳐 18일 오전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