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개인들도 소액으로 대형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리츠(REITs)의 경우 공모 의무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츠 자산관리회사(AMC)들이 적극적으로 개인투자자 모집에 나서지 않아 사실상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츠 AMC들이 이처럼 공모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것은 현 공모 규정 자체에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18일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리츠 AMC인 A사는 이달 초 한 증권사를 통해 127억원 규모의 리츠 공모를 실시했으나 투자자 모집에 실패했다. A사가 리츠 공모에 나선 이유는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리츠의 경우 영업인가 후 2년 안에 공모를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투법 제14조의 8 제2항에 따르면 ‘부동산투자회사는 영업인가를 받거나 등록을 한 날부터 2년 이내에 발행하는 주식 총수의 100분의30 이상을 일반에 청약제공 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번에 A사가 공모에 나선 이유도 리츠(2015년 10월에 영업인가)의 공모 의무 기간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A사가 실질적인 공모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A사는 지난 5일 한 증권사를 통해 단 하루 공모를 실시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판매된 대부분의 부동산간접투자 상품은 최소 5영업일 이상 판매 기간을 두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A사는 사실상 공모를 할 의지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A사가 이처럼 공모 의무 규정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것은 현재 공모 규정 자체가 너무 허술하기 때문이다. 현재 공모 규정은 청약행위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공모 요건을 갖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모가 무산되더라도 계속해서 사모 형태로 리츠를 운용하는 데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리츠 AMC들이 형식적으로만 공모행위를 진행하고 있다. 한 리츠 AMC 관계자는 “공모 리츠에 세제혜택을 비롯해 특별한 인센티브가 없고 기존 사모 투자자들도 가급적이면 공모 투자자들이 안 들어오기를 바라기 때문에 대부분 리츠 AMC들이 공모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제도상 청약행위 자체를 공모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기 때문에 분명 한계가 있다”면서 “다만 리츠 AMC들이 단 하루만 공모를 하는 것은 사실상 공모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공모 기간을 최소한 일주일 이상으로 하고 개인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