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부산사상경찰서 측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윤철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해 7월 경남 합천에 위치한 지인 곽 모씨의 집에서 두 차례에 걸쳐 대마를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윤철종 소속사 측은 지난 4일 윤철종의 10cm 공식 탈퇴를 선언하며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소속사 측은 “전속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인 6월 말, 재계약을 논의하던 윤철종이 건강상의 이유로 탈퇴 한다”고 전한 바 있다.
이어 권정열 역시 공식 입장을 통해 “형은 탈퇴 의사를 6월말 경에 처음으로 소속사 대표 형에게만 따로 밝혔다고 들었고, 저는 7월 2일 일요일 공연이 끝나고서야 처음 들었다”며 “저와 대표 형을 비롯한 직원들이 함께 더 얘기를 나누면서 만류와 설득을 반복했지만, 형은 굉장히 확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들어 예전보다 더 힘들어 했던 것 같아 형이 얘기하는 건강상의 이유도 이해가 갔고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것 같아 더 자세히 물어볼 수는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만 해도 급작스러운 탈퇴, 수년간 함께 활동해 온 권정열에게 조차 미리 상의하지 않았던 점을 들어 대중들은 멤버 간의 불화를 건강상의 이유로 핑계 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해해달라는 말을 거듭 반복할 뿐, 윤철종의 갑작스러운 행보에는 모두 흐릿하고 모호한 것들 투성이었다. 그리고 당시에 윤철종의 행동은 당장이라도 빨리 10cm라는 이름의 무게를 털어버리고 싶어 하는 모습처럼 보이기에 충분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윤철종의 대마 흡연 혐의가 전해지자 많은 팬들과 누리꾼은 그가 탈퇴의 이유로 들었던 건강상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을 거라는 추측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미 윤철종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 시점은 5월이었고, 당시 범행 일체를 모두 자백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가운데 19일 오전 윤철종의 전 소속사 측은 윤철종과의 통화 내용을 전하며, 그가 팀 탈퇴를 선택한 이유가 바로 멤버 권정열과 회사에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밝혔다.
당시 윤철종의 선택은 그동안 함께 해 온 권정열을 위한 마지막 배려였다는 것에는 틀림없지만, 그 선택이 다소 성급한 꼬리 자르기였다는 지적 역시 피하기 힘들다. 실제로 권정열은 마지막 순간까지 그가 탈퇴하는 진짜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철종의 탈퇴에 대한 모호한 입장을 권정열이 설명해야 했음은 물론 그를 대신해 팬들과 대중에게 거듭 사과 해야했다.
사건이 알려진 상황에서도 이는 다르지 않다. 수많은 문의가 윤철종의 전 소속사에 쏟아졌고, 각종 언론과 커뮤니티에서는 10cm에 대한 향후 행보, 권정열의 이름이 함께 거론됐다.
어차피 이러한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그의 탈퇴 이유를 소속사나 권정열에게 만이라도 솔직하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이러한 논란과 더불어 엄청난 리스크에 따른 이미지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시도라도 해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오랫동안 쌓아온 10cm라는 이름을 어떻게든 지켜나가고 싶었던 권정열에게 갖추는 진정한 예의가 아니었을까.
10cm는 그동안 독창성과 대중성의 중간 지점에 있는 노래들을 선보이며 인지도를 쌓아왔다. 그리고 점차 인디씬을 대표하던 가수에서 ‘믿고 듣는 가수’로 변모하며 남다른 음원파워를 자랑하게 됐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이번 사건으로 인한 팬들의 실망 역시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를 통해 남겨진 숙제들은 오롯이 권정열의 몫이 될 전망이다. 사건과는 무관한 권정열의 1인 체제가 된다 하더라도, 이미 ‘10cm’라는 브랜드에 일정부분 흠집이 난 것은 사실이다. 과연 향후 10cm가 어떻게 재정비될지, 어떻게 음악성을 지켜가게 될지에 대해 많은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